
지방 병원들이 전문의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한 데다, 지방 소멸과 열악한 정주 여건 등의 이유로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내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 전문의 수급에 차질을 빚는 지역 병원이 늘고 있다. 강원도 A 의원은 내과 전문의에게 월 실수령 2,500만 원(세전 연봉 약 5억 원)을 제시하고 숙소까지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A 의원 원장은 “보통 가족들이 생활 여건이 좋은 서울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영월 의료원도 세전 연봉 3억 5,000만 원에 관사와 차량 제공 조건을 내걸었지만, 소청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산부인과는 분만과 당직을 기피하는 의사 수가 늘면서 구인난이 더욱 심각하다. B 종합병원 관계자는 “헤드헌터들이 연봉을 높이며 협상에 나서면서 기본 월 2,000만 원(세전 연봉 약 4억 원)은 넘어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고에 제시된 고액 연봉만으로 전문의의 실질적인 몸값이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높은 연봉 뒤에는 과도한 근무 강도, 의료사고 책임 부담 등이 따른다. 실제로는 고액 연봉이 아닌 ‘호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연봉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실제 근무 강도와 시간을 함께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진료 수가가 낮아 24시간 호출 대기에 응해야 하고, 입원 환자가 있으면 밤이나 주말에도 병원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저수가 정상화,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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