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닉스 실적
엔비디아 협력이 관건
삼전 구체적 실적 없어
최근 HBM을 두고 경쟁 구도가 심해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반도체 사업에서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두 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매수’한 반면에, 삼성전자는 ‘매도’하며 그 이유에 관심이 주목된다.
두 기업이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를 말하며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는 최초 개발에 성공한 이후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 사업을 지난 2019년 잠시 철수한 이후 다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며 SK하이닉스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주가가 엇갈린 이유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지만 삼성전자는 뚜렷한 실적이 없기 때문으로 추정 중이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5월 13~17일)간 누적 순매수 기준으로 외국인은 하이닉스 주식을 5,051억 원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순매수 기준 2~5위는 HD현대중공업 2,798억 원, 현대차 1,245억 원, 알테오젠 897억 원이 뒤를 이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승기를 잡은 이유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과 엔비디아와 이어진 연결성 덕분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은 1분기 매출이 12조 4,296억 원을 기록, 영업이익으로 2조 8,860억 원을 기록하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공시 이래로 1분기 매출로 역대 최대 기록을 찍은 것이다. 더불어 올 한 해만 주가가 33.4% 오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큰 상태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어 최근 일반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지나 반등하며 AI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칩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며 ‘2중 호재’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최근 하이닉스는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제품을 3분기에 양산할 것이라고 밝히며 호재에 제대로 올라탔다”고 평가했다.
현재 HBM이 AI 반도체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하이닉스의 HBM을 입도선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역시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나, 구체적인 공급 소식이나 실적 발표가 없어 올해 들어 주가 수익률은 2.8% 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정오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2% 소폭 오른 7만 8,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8만 9,900원에 거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만 확인해도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시장이 거는 기대감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최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로 했던 HBM3에 대해 제안을 거절당했으며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는 루머가 퍼지며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된다. 당초 엔비디아는 AI 제품의 핵심인 그래픽 저장장치(GPU) 1위 기업이자 AI 반도체 칩의 선두 주자로 현재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와의 거래 없이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HBM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해당 루머로 인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도 뒤처지는 기술력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루머에 대해 “고객사와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해당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HBM 기술력에선 삼성도 하이닉스에 뒤지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결국은 매출로 연결되는 구체적인 실적이 나와야 외국인의 베팅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았으며 순매도 금액은 6,65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의 기술격차에서 약 1년 6개월 정도 뒤처진 가운데 이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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