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제품 인기
안심해선 안 돼
혈전 형성 촉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탕을 줄이거나 아예 뺀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음료, 간식, 조미료까지 ‘제로 슈가’를 내세운 제품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건강에 무조건 이롭다고 믿기엔 아직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체당, 즉 인공감미료와 천연 감미료의 사용이 늘어난 만큼 그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로 슈가 식품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무설탕’이라는 문구만 믿고 무분별하게 제품을 선택하거나 과다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제로 슈가 식품의 품목 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590개였으며 생산액은 5,726억 원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음료뿐 아니라 빵류, 소스류, 조미료까지 무설탕, 무당 제품이 확산되며 관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로슈가”라는 이름만 보고 안심해 무분별하게 제품을 선택하거나 과다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제로 제품에는 설탕 대신 알룰로스, 스테비아, 자일리톨, 에리스리톨, 말티톨 등의 대체당이 사용된다. 이들은 대부분 단맛은 있으나 열량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라는 인식으로 인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감미료들도 체내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사되며 과다 섭취할 경우 소화 장애,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감미료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장기적으로 대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몇몇 연구들은 제로 음료의 대체당 성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음료나 간식류에 널리 사용되는 수크랄로스의 경우 남성의 생식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학계에 따르면 타이페이 영양·건강 과학 대학과 시카고대 연구팀은 수컷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수크랄로스가 남성 호르몬 분비에 중요한 라이디히 세포와 정자 형성에 기여하는 세르톨리 세포의 생존율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2개월에 걸쳐 수컷 쥐에게 수크랄로스를 투입시키고 라이디히 세포(Leydig Cell)와 세르톨리 세포(Sertoli Cell)의 손상 정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이 감미료가 세포 손상과 DNA 손상을 유발하며 자가포식을 방해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정자 생존력을 감소시키고 고환 조직의 손상을 초래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연구는 동물 실험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쥐 실험에서 사용된 수크랄로스의 용량이 인간이 평소 섭취하는 양보다 많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대체당 섭취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일리톨과 에리스리톨 같은 계열의 대체당도 혈전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럽 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했으며 자일리톨 음료를 마신 직후 혈소판 응고가 활발해지는 반응이 나타났다.
에리스리톨 역시 혈전 형성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동맥경화, 혈전 및 혈관 생물학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는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에리트리톨과 심혈관 질환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포도당 30g이 함유된 물과 에리트리톨 30g이 함유된 물을 마셨다. 그 결과, 에리트리톨을 섭취한 그룹은 혈중 에리트리톨 농도가 평소보다 1,000배 이상 급증했으며 혈소판 활성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로 인해 혈전 형성 가능성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포도당 그룹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에리트리톨이 혈액 내 혈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체당이라고 해서 비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Hi Doc 뉴스에 따르면 한 전문가는 “인공감미료는 뇌에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지 않아 보상 체계에 혼란을 주고 이로 인해 당에 대한 갈망이 더 극대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에 장내 미생물이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미생물 조성이 변화하고 이로 인해 장 호르몬 분비나 혈당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쳐 비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도 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도 “인공감미료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개인에 따라 반응 차이도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식욕을 자극하거나 과식을 유발한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라고 언급했다.

모든 대체당이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성분별로 체내 대사 방식, 흡수 속도, 허용 섭취량이 다르며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반응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세설팜칼륨은 체중 1kg당 9mg, 수크랄로스는 15mg이 하루 섭취 허용량으로 설정돼 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제로 음료를 하루 15~20캔 이상 마셔야 이 수치를 초과하지만, 일부 민감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양에서도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제로 슈가 제품이 건강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으려면 단순히 ‘설탕이 안 들어갔다’는 점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대체당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하고 자기 몸에 맞는지 확인하고 적정량을 지켜가며 섭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달달한 유혹’을 피하고자 선택한 제로 식품이 오히려 건강에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정보에 기반한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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