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국제분쟁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대금
런던 국제중재법원서 문제 해결

최근 체코 법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신규 원전 건설 계약에 제동을 건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분쟁을 벌이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비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양측이 추진하던 국내 중재가 무산된 것에 더해 국제중재를 택하게 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7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수원은 한전과 추가 공사비 관련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런던 국제중재재판소(LCIA)에 중재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전과 한수원의 OSS 계약 사항에 분쟁 발생 시 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OSS 계약이 영국법에 근거에 마련된 탓이다.

당초 바라카 원전은 지난 2009년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수주한 20조 원대 원전 사업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전이 주계약자이고 한수원이 건설 과정에서 운영 등의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실제로 바라카 원전은 지난해 마지막 4호기가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알리기도 했다. 다만, 공사기일 지연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예상보다 불어나면서 분쟁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추가로 투입했다면 한전 측에 정산을 요구한 공사비는 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한화로 계산하면 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공사비를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전과 한수원은 그간 협상을 이어왔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된 상황이다. 앞서 공사비를 둘러싼 문제가 심각해지자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 지난 1월 만나 최종 합의를 위해 양사가 노력하되 불발 시 중재로 가자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사가 정한 협상 시한인 이달 6일까지 의견 대립을 풀지 못하면서 LCIA에 중재를 맡기게 됐다. 실제로 한전 측은 이익을 공유하는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한수원은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계약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에 관해 정산해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제중재가 현실화하며 국내 공기업끼리 분쟁으로 인해 법률 대리를 맡은 로펌에만 이익을 안겨주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일정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팀코리아’의 내분이 봉합되지 못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국제 중재 진행 과정에서 민감한 원전 관련 서류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전해지자, 한전 관계자는 “이번 클레임이 협상으로 타결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계약상 중재 절차에 따라 양사 간 분쟁을 해결해 갈 예정”이라면서 “중재가 진행되는 중에도 협상의 길을 열어놓고 분쟁 해결 대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수원 관계자 역시 “향후 중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의 길은 열려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이 암초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체코 정부가 자국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체코전력공사(CEZ)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계약을 사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안 판결까지 신규 원전 건설 계약 서명을 할 수 없다는 현지 지방법원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는 즉시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 조치를 진행한 것이다.
8일 체코 정부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원자력 에너지 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나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시점’에 체코전력공사가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피알라 총리는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여서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며 “오늘 우리는 한수원과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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