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16년 연속 배당금 전액 기부
누적 기부액 347억 원

금융권 오너들의 고액 배당이 잇따라 주목받는 가운데 같은 업계 안에서도 전혀 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인물이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6일 박현주 회장이 2025년도 미래에셋자산운용 배당금을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이어진 이 기부는 16년 연속으로 이어지게 됐으며, 이에 따라 누적 기부액은 347억 원에 달한다. 배당 확대가 오너 경영 평가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시점에 배당 전액을 사회 환원에 투입하는 선택이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이번 기부금은 미래에셋그룹 공익법인을 통해 인재 육성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과 미래에셋희망재단은 장학사업과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글로벌 문화 체험 등 미래세대를 겨냥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두 재단의 누적 사회 공헌 사업비는 1,12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룹은 계열사와 공익법인이 협력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와 깊이를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이번 결정은 단발성 조치가 아니라 오랜 약속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그는 2008년 임직원들에게 2010년부터 배당금 전액을 젊은 세대를 위해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박 회장은 미래에셋에서 받은 배당금을 꾸준히 사회에 환원해 왔다.

박 회장의 행보는 창업 이후 걸어온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1997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세운 뒤 국내 펀드시장 개척과 해외 진출, 글로벌 ETF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2011년 펀드 성과 부진 당시에는 투자자들에게 사과 광고를 냈고, 이후에도 글로벌 확장과 전략적 인수에 집중해 왔다. 미래에셋 측은 이런 경영 행보와 함께 사회 환원 원칙도 병행해 왔다고 설명한다. 2000년 설립된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25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50개국, 7,944명의 장학생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측은 박 회장이 “최고의 부자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라는 신념 아래 나눔을 실천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미래에셋은 배려가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지향하며 고객과 사회로부터 얻은 가치를 다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사회 공헌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금융권 배당 흐름과 나란히 놓일 때 대비가 더 선명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20.7%를 보유한 김남구 회장은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1,002억 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인 2024년 결산 배당 459억 원과 비교하면 2.18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김 회장은 배당 외에도 지주사와 한국투자증권에서 각각 14억 원, 48억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안리 오너 일가도 배당 규모가 컸다. 창업자 부인 장인순 씨와 원종익 회장 겸 이사회 의장, 원종규 대표이사 사장, 원종인 씨, 원계영 씨 등 일가 5인이 받는 2025년 결산 배당은 총 199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박 회장은 올해도 배당과 연봉을 거의 챙기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컨설팅 등 여러 계열사가 무배당 정책을 이어간 가운데 박 회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만 16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아울러 그 배당금 역시 전액 기부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 규모만 놓고 보면 다른 금융 오너들과 비교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개인 수취로 남기지 않고 모두 사회에 돌린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배당 차이는 단순한 개인 선택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한국금융지주와 코리안리의 배당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실적 개선과 함께 제도 변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 연결배당성향이 40%를 넘거나 배당 성향 25% 이상·전년 대비 배당 증가율 10% 이상일 경우 배당우수기업으로 지정돼 세제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연결배당성향은 2024년 22.4%에서 2025년 25.1%로 높아졌고, 코리안리 역시 연결배당성향 31.28%와 두 자릿수 배당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배당 확대가 주주환원 강화와 절세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 만큼 박 회장의 행보는 더욱 이례적으로 비친다. 금융권 오너들이 실적과 세제 변화에 맞춰 배당 확대 흐름에 올라탄 상황에서도 박 회장은 배당을 사적으로 축적하기보다 공익 목적으로 환원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배당은 기업 성과가 오너와 주주에게 돌아가는 대표적 방식이기 때문에 배당 확대가 곧바로 비판받을 일은 아니지만, 고액 배당이 잇따르는 금융권에서 사회 환원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 기록적인 배당 수령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박현주 회장의 16년 연속 전액 기부는 또 다른 기준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실적과 환원, 오너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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