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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비누 하나로 연매출 4조 기업 만든 ‘국내 1호 여성 CEO’ 누구?

비누 하나로 연매출 4조 기업 만든 ‘국내 1호 여성 CEO’ 누구?

임정혁 에디터 조회수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애경유지공업 화장비누 출시
제조에서 유통으로 사업 다각화

비누 하나로 연 매출 4조 기업 만든 ‘국내 1호 여성 CEO’의 정체
출처 : 애경

최근 애경그룹이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지주사 AK홀딩스의 신임 대표이사로 고준 AK플라자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힌 가운데 애경그룹에 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애경은 이런 내용을 공시했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고준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거쳐 지난 2018년 애경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후 AK홀딩스 전략 기획을 총괄하며 전략통으로 입지를 다진 그는 지난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던 AK플라자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애경그룹은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 체제에 따라 주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했다”라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민첩성과 함께 중장기적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애경그룹은 책임 경영 체제를 강조하고 있는 대기업 집단 중 하나다. 여기에는 국내 1호 여성 CEO로 알려진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한몫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은 지난 1954년 비누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성장을 거듭하며 70년 만에 화학, 생활용품·화장품, 항공, 백화점, 부동산 등 30여 개 계열사를 갖춘 연 매출 4조 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누 하나로 연 매출 4조 기업 만든 ‘국내 1호 여성 CEO’의 정체
출처 : 애경

애경그룹이 4조 원대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장영신 회장의 역할이 크다. 당초 애경유지공업의 채몽인 창업주와 결혼한 장영신 회장은 서민들의 위생을 위해 1954년 비누 사업을 시작했던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특히 당시 국산 비누가 귀했던 시기로, 버려진 지방과 기름에서 뽑아내 만든 세탁비누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세탁비누 흥행에 힘입어 1956년 대한민국 최초의 미용비누인 ‘미향’도 탄생한다. 미향은 당시 월 100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만, 1970년 채몽인 회장이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장영신 회장은 주부로 살던 과거의 삶과 달리 가족과 그룹을 책임져야 했다. 실제로 당시 장영신 창업주는 낙원동의 경리 학원에 다니며 타자나 산수 등 경영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공부하는 등의 남모른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누 하나로 연 매출 4조 기업 만든 ‘국내 1호 여성 CEO’의 정체
출처 : 애경

결국 1972년 애경 유지 사장으로 첫 출근을 하며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던 장영신 회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이 시기 여성에 대한 차별이 유난히 심해 여자가 사업을 이끌어가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그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회사 내 간부들이 장영신 회장을 오너로 인정하지 않아 일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영신 회장은 굴하지 않고 회사를 경영해 나가기 시작했다.

애경의 성공은 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이는 취임 1년 만인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이 터져 애경유지공업의 원료 공급이 끊기면서 공장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장영신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화학에 있다는 일생일대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출처 : 애경

이를 위해 장영신 회장은 미국 화학업체 걸프를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에 걸프가 일본 미쓰비시가스케미컬을 새로운 원료 수급처로 연결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즉,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애경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장영신 회장의 행보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1984년 영국 유니레버와 합작하고 애경 유지를 애경산업으로 이름을 바꾼 장영신 회장은 세제에서 화장품, 치약, 샴푸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나갔다. 이어 1993년 애경유지공업 옛 공장 부지였던 구로에 AK플라자 전신인 애경백화점 1호점을 세워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여기에 항공업에 진출해 지난 2006년 국내 최초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출범시켰다. 장영신 회장의 활약으로 애경그룹은 현재 41개의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연 매출 4조 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출처 : MBC

한편, 국내 여성 1호 CEO로서 두각을 드러낸 장영신 회장이지만 그의 정치 입문은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는 지난 2000년 구로구 지역 후보로 출마해 16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장영신 회장이 1년 만에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영신 회장은 당선 직후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불법 선거 운동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선거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정치권에서 발을 빼야 했다. 이 시기 애경백화점의 성장이 주춤했던 것에 이어 설상가상 세제와 비누 등 생활용품 사업도 무한 경쟁 시장 사이에서 위태로운 상황을 직면하기도 했다. 다만, 이마저도 항공 사업의 확대로 구사일생의 기회를 얻으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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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에디터
content@mobility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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