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남편과 사별 후 회장직 올라
‘악수경영’ 일화 유명
보통 기업 회장들은 자녀, 특히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곤 한다. 딸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도 종종 있다. 다만 가족이라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배우자가 경영을 잇는 건 손에 꼽는다.
국내 증권계엔 아이 셋을 키우던 가정주부에서 회장직에 오른 여성 인물이 있다. 바로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다.
상명여자대학교 사범대학을 나온 이어룡 회장은 양회문 대신그룹 회장과 결혼해 가정주부의 길을 걷는다. 슬하에 자녀 셋을 두고 양 회장 뒤에서 내조하던 그는 2004년 폐암 투병 중이던 양 회장의 사망으로 갑작스레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다.
평범한 아내가 회장직을 물려받자 자질을 의심할 수도 있지만, 재계에 따르면 당시 이 회장은 남편 사망 이후 직접 경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양 회장 투병 생활 기간 경영수업을 남몰래 받고 있었다고.
서울종합과학대학 제1기 최고경영자과정을 거쳤는데, 여기서 함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현 회장 역시 남편 정몽헌 전 회장의 사망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처지였다.
이어룡 회장은 취임 후 전국 110개 영업점을 직접 돌며 ‘악수경영’을 펼친 일화로 유명하다. 영업점을 찾아 모든 직원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았는데, 그동한 그룹 역사에서 경영진이 전 직원을 만나고 손을 잡은 게 처음이라고 했다.
또 영업점 가운데 낡은 점포는 무조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비용을 아낀다고 건물 2층에 올라가 있는 영업점은 1층으로 끌어내렸다. 본사에는 모든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했다.
퇴직 임직원의 형편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자녀 장학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유고를 당한 직원 자녀에게도 대학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주는 등 직원들을 세심히 살폈다.
경영에 있어선 2010년대 들어서는 저축은행 3곳과 한국창의투자자문, 우리에프앤아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2011년 중앙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3곳의 자산 일부를 인수해 대신저축은행을 출범했다. 2013년과 2014년엔 차례대로 한국창의투자자문, 우리에프앤아이를 인수하며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변화를 꾀했다.
취임 17주년이 되던 해인 2021년 자기자본이 2조원을 돌파하면서 그룹 초기 자본금 2,000만원의 10만배를 달성했다.
이어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고, 장남 양홍석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70세를 앞두고 아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 부회장이 보유한 대신증권 지분율은 2019년 말까지 7.79%였으나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지난해 10.19%까지 늘어 최대 주주에 올랐다.
한편 대신증권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 76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730억원으로 33.9%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1.5% 증가한 6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자기자본 규모(별도 기준)는 3조 1,040억원까지 올라 종합금융투자사업(종투사) 요건인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해 국내 10번째 종투사에 도전한다. 종투사가 되면 기업의 신용공여 한도가 기존 100%에서 200%로 증가한다. 특히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종투사 지정에 대신증권이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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