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모델 효과
증권광고 파격 변신
MZ세대 정조준 전략

증권업계가 광고 모델 전략에서 기존의 보수적인 틀을 탈피해 성과를 내고 있다. 정장 차림의 남성 모델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선호도를 반영한 스타들을 기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배우 유인나를 모델로 발탁했다. 유인나를 앞세워 진행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슈퍼365’의 제로 수수료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은 프로모션을 진행한 지 6개월 만에 고객 자산 규모를 7조 원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월간 해외주식 약정액은 10조 원을 넘기면서 의미 있는 수치를 남겼다.

우리투자증권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모델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해 10년 만에 재출범한 이 회사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장원영은 우리은행의 모델로도 활동 중이며, MZ세대 사이에서 낙관적인 생각을 의미하는 ‘원영적 사고’라는 유행어를 유발할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이번 광고에서는 장원영이 우리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우리WON MTS’의 핵심 기능과 브랜드 메시지를 직접 소개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장 씨가 지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이미지가 우리투자증권 MTS가 지향하는 고객 자산 성장 스토리와 부합해 모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과열로 돌입한 MTS 시장에서 기존의 파이를 조금이라도 가져오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과감한 모델 발탁이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3월 배우 고민시를 모델로 내세웠다. 고 씨는 영화 ‘마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을 통해 Z세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로, 개성 있는 연기와 독특한 이미지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키움증권은 고민시와 함께한 새로운 광고 캠페인 ‘투자에 대충이 어딨어? 시작부터 키움’을 공개했다.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활용해 “신중하게 모은 돈을 대충 투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광고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당근마켓, 배달의민족 등 M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키움증권의 브랜드 광고 캠페인은 5년 만이다. 지난 2020년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영웅이도 영웅문한다’ 광고를 선보인 뒤 2021년 3월 증권사 최초로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20대가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20대들 사이에서 투자가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증권사들이 단순히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브랜드 경험 전반에 있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의 마케팅 전략이 강화되면서, 광고 모델 선정은 단순한 이미지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고객 유입 효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MZ세대가 주식과 부동산을 넘어 가상자산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처를 넓히면서 증권사들도 미래 고객 확보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며 “과거에는 톱스타 효과가 크지 않아 증권사 광고는 보수적으로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인지도 높은 모델을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최근 광고에 그룹사 모델인 배우 박은빈을 기용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박은빈은 여러 작품을 통해 대중의 높은 호감과 신뢰를 얻은 배우로, KB금융이 지향하는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며 “이를 통해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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