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에 가격 인상
힐 CEO 전략 드러나
아마존 직판 복귀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최근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는 결정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CNBC 방송은 21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나이키가 관세 부담에 대비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인상 폭은 2~10달러 수준으로, 제품 가격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100~150달러 제품은 5달러, 150달러 이상 제품은 10달러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상된 가격은 이르면 5월 말부터 적용될 수 있으며, 대부분 6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다만 모든 제품이 일괄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개학 시즌을 앞두고 아동용 제품이나 100달러 미만 제품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인기 제품인 에어포스1은 기존 가격인 115달러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 가격 인상과 관련해 나이키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정기적으로 사업을 평가하고 시즌 계획의 일환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라고만 밝혔을 뿐, 관세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나이키는 운동화 제품의 절반가량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는 30%, 베트남산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나이키는 다음 달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나이키는 지난 2019년 자사 제품을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팔겠다며 아마존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이는 판매 감소,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이후 약 6년 만의 복귀로, 기존에는 제3자 판매자를 통해 제한된 제품만이 아마존을 통해 유통돼 왔다. 나이키 대변인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앞으로 미국 고객을 위한 상품 구색 확대를 위해 더 다양한 나이키 제품을 직접 공급받기 시작할 것”이라며 “나이키 제품을 판매하던 기존 개인 판매자들에게는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나이키의 실적 부진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의 2025회계연도 3분기(2023년 12월~2024년 2월) 매출은 112억 6,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24억 2,900만 달러) 대비 9.3%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1% 급감한 7억 8,800만 달러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소비 위축과 더불어 패션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에 따라 나이키는 지난해 가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엘리엇 힐로 교체하고, 전략, 인사, 스포츠 마케팅 등 주요 부서의 책임자도 대거 교체하며 조직 개편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기술 인력 일부가 퇴사했으며, 업무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부서도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힐 CEO는 나이키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당시 업계와 외신은 “나이키의 수장 교체는 위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이키 재직 당시 유럽과 북미 지역의 주요 리더십 직책을 역임하며, 회사의 사업 규모를 39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20년 은퇴 전까지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모든 상업 및 마케팅 운영을 총괄하는 ‘컨슈머 앤 마켓플레이스(Consumer and Marketplace) 사장’으로 재직하며, 나이키의 4개 지역 손익(P&L)을 관리했다. 힐은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TCU)와 오하이오대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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