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에도 청약 흥행
비싸도 수천 몰려
공급 부족이 변수

서울 외곽 지역인 구로구와 은평구에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새 아파트 단지에 수천 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공급 가뭄 속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들어서는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는 1순위 청약에서 262가구 모집에 3,54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3.52대 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주택형은 전용면적 59㎡A로 12가구 모집에 319명이 몰려 26.5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84㎡A는 17.98대 1, 전용 59㎡D는 15.75대 1, 전용 84㎡B는 10.1대 1 등 전용면적별로 모두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은평구 대조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도 218가구 모집에 2,408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1.04대 1을 나타냈다. 이 중 전용 59㎡C가 33가구 모집에 474명이 몰리며 가장 높은 14.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주택형은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지만 모두 1순위 마감을 달성했다. 다만, 전용 51㎡B와 전용 74㎡B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채우지 못해 2순위 청약까지 진행하게 됐다.
이들 단지는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본청약 선전을 예고한 바 있다.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는 기관 추천분을 제외한 257가구 특별공급에 1,67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6.5대 1을 기록했다. 생애 최초는 1,038명이 몰려 20.3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신혼부부는 533명이 신청해 4.03대 1, 다자녀는 57가구 모집에 94명이 신청해 1.6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의 특별공급도 기관 추천분을 제외한 217가구 모집에 1,18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43대 1을 나타냈다. 생애 최초는 751명, 신혼부부 376명, 다자녀 48명, 노부모 부양 15명이 각각 신청했다. 이틀 동안 두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몰린 예비 청약자 수는 총 8,804명에 달했다.
이처럼 많은 청약자가 몰렸음에도, 이들 단지의 높은 분양가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은평구, 구로구 모두 서울 외곽지역으로 실수요자들의 대출 의존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의 경우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2억 4,060만 원, 전용 59㎡는 9억 9,8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인근 시세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고척동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고척동 ‘고척파크푸르지오’ 전용 84㎡가 지난 3월 10억 5,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한 예비 청약자는 “분양가가 더 낮게 책정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아 청약을 고민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역시 전용 59㎡ 분양가가 11억 5,060만 원, 전용 74㎡는 13억 7,820만 원으로, 인근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7차’ 전용 59㎡의 최근 실거래가(9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약 결과에 대해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 전망이 맞물리며 청약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4만 7,424가구로 적정 수요인 4만 6,659가구를 웃돌지만, 2026년에는 4,112가구, 2027년 1만 306가구, 2028년 3,080가구, 2029년에는 999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분양가 상승 추세도 청약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428만 4,000원으로 전월과 같았다. 그러나 이는 2개월 연속 분양 단지가 없었던 결과로, 이번 청약 이후에는 분양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기존 예측보다는 청약자 수가 적게 몰렸지만, 제한적인 서울 내 분양 물량과 향후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실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두 단지 청약이 양호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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