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막히자 강북으로
외지인 매수 2.3배↑
노원·성북 5배 급등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 일시적으로 해제됐던 지난 2~3월, 강남 지역에 대거 매수세가 몰렸던 지방 부자들은, 다시 토허구역이 확대 및 재지정되자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강북 일대를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강동, 성동, 마포에 이어 청량리, 이문휘경, 장위뉴타운 등 신축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 핵심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용산구와 성동구를 포함한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의 외지인 매수건수는 총 3,1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1건) 대비 2.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외지인 거래 증가폭(3,125건→6,179건, 1.98배)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강북 아파트의 외지인 매수 급증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강남권이 다시 규제로 묶이자, 강북의 비규제 지역이나 신축이 몰린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외지인의 매수가 성동구, 마포구 등 전통적인 인기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거나 개발 기대감이 있는 강북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1·4분기 외지인 매수 건수가 158건이었던 데 반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854건으로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성북구 역시 같은 기간 111건에서 33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동대문구의 외지인 매수는 199건에서 215건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지역 내 인기 단지들을 중심으로 한 체감 열기는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가격 상승도 동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전용 109㎡는 지난 4월 15일 17억 5,500만 원에 거래되며 단지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농동 소재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121㎡도 같은 달 22일 16억 8,000만 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17억 원)에 근접했다.
래미안 크레시티와 함께 ‘래미안 청량리 3대장’으로 불리는 ‘래미안 위브’, ‘래미안 답십리 미드카운티’ 전용 84㎡ 타입도 모두 4월 들어 13억 9,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3년 전 시세를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중개업계도 변화된 수요를 체감하고 있다. 청량리역 인근 A 공인중개사는 “경춘선 라인을 타고 오시는 분들의 매수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지방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기존 보유 자산을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 한 채라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권 진입은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강북 내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졌거나, 개발 호재가 기대되는 지역 위주로 매물이 소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더 어려워지는 현상도 감지된다. 위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수요자는 매물을 더 오래 보유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고, 전세나 월세가 낀 물건의 경우에도 매도 타이밍을 조율하느라 거래가 더뎌지고 있다”며 “이전보다 현장에서는 ‘이 가격이면 안 판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외지인 서울 아파트 매입 열풍은 하나의 ‘흐름’으로 굳혀졌다는 평가다. 20%대 중·후반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가 지방 붕괴를 가속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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