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질병 유발하는 수면 부족
치매 발생 위험 30% 증가
적정 수면 시간 찾는 것 중요해

“잠이 보약이다”라는 속담이 존재할 만큼 잠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숙면은 만병의 근원을 없애 준다. 우리 몸은 수면 중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수면 중에 낮 동안 축적된 피로를 해소해 면역력을 강화하고, 멜라토닌과 성장 호르몬 등을 분비한다. 또한 감정을 순화하고 깨어 있을 때 보고 들은 기억을 장기 저장한다.
그 때문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우리 몸을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게 할 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치매, 비만, 암 등의 심각한 질환을 초래한다. 또한, 과로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1년 네이처지에서는 수면 부족이 치매 발생에 직접적인 연관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노년층 7,959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6시간 이하로 짧게 잔 사람의 치매 발생 위험은 충분히 잔 사람(7시간 이상)보다 30%가량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달 29일에는 단 3일만 수면이 부족해도 심장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연구팀이 건강한 젊은 남성 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식사와 활동량이 통제된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기간 3일 연속으로 정상적인 양의 잠을 잤고, 두 번째 기간에서는 매일 밤 약 4시간만 잠을 잤다. 그 결과, 수면 부족을 겪은 참가자들은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는 염증 수치가 증가했다.

그러나 반대로 과도한 수면 또한 건강에 좋지 않다. 과도한 수면은 생체리듬을 파괴해 전반적인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인 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만성적인 과수면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발병 위험 및 조기 사망 위험이 크다는 임상 시험 결과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밤에 9시간 이상 자는 과도 수면이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보건 과학센터(UT Health San Antonio)가 주도한 이 연구는 치매나 뇌졸중이 없는 27세에서 85세 사이의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주민 1,853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수면 장애는 인지 기능 저하는 물론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 또한 증가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우울증 증상이 있는 이들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적정 수면 시간은 얼마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성인 기준 적정 수면 시간은 7~8시간으로 알려졌다. 수면의 질 또한 잠의 효능에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지고, 인공조명이나 빛에 노출되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잠드는 것이 좋다. 또한, 평일에 수면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주말에 몰아서 자는 방식으로 이를 보충할 수 있지만 너무 길게 몰아서 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만 유전학적으로 적게 자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본인의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짧게는 하루 4시간, 많게는 하루 6시간만 자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수면 엘리트’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숏 슬리퍼’(Short Sleeper)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 적게 자도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일 잠을 깊이 자는 비율은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전체 응답자의 약 60%가 ‘수면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수면 장애 및 불면증 환자는 불과 4년 만에 140%가 증가했다. 이들은 2010년 약 27만 8천 명에서 2024년 약 67만 8,000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 신원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면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과 함께 개인적 노력과 사회적 지원 체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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