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확대 통한 노동력 문제 해결
출생률 낮은 한국 반면교사 해야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 높여야“

유럽연합(EU) 소속 대다수 나라에서 이민에 부정적인 보수·극우 정당의 지지가 확산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정책이 발표됐다. 유럽연합 내 17개 회원국은 다음 주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정규직 이주민의 본국 송환에 대한 유럽연합 규정을 강화해 달라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앞서 독일은 지난달 이주민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뒤 독일 내 모든 국경에서 검문을 확대했다. 슬로베니아와 헝가리에서도 서류가 부실한 이주민들을 막기 위한 임시 국경 통제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스페인 정부는 반이민 정책 추진과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타 유럽 국가들과는 상반되는 이민 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10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의회에서 임시 노동자들에 대한 학력 인정, 새로운 노동 이주 프로그램 계약 간소화, 거주 신청에 대한 절차 축소 등을 뼈대로 하는 신규 이주민 정착 정책을 발표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해 “스페인은 개방적이고 번영하는 나라가 될지, 폐쇄적이고 가난한 나라가 될지 선택해야 한다”라며 “유럽연합(EU)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스페인에선 이주민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복지 국가를 유지하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민 친화 정책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스페인은 지난해 독일(-0.2%), 이탈리아(0.5%), 영국(0.9%) 등 유럽 주요국이 역성장하거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를 넘지 못할 때 홀로 3.2%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유럽 내 최고 성장률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대조되는 이민 정책에서 이러한 차이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스페인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뤄진 1인당 실질 GDP 성장률 3% 가운데 20%가량이 이민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와 국가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이러한 스페인의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OECD 관계자는 “이민은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예외 없이 생산성과 1인당 소득을 높여 왔다”라며 “이민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민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민청 신설 등을 추진 중이다. 이에 2022년 5만 7,800명이었던 한국행 이민자는 불과 1년 만에 8만 7,100명으로 증가해 이민 증가율 2위(50.9%)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민 문턱’이 높은 나라다. 지난해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민정책 확대를 통한 저출산·고령화 해결’에 절반에 가까운 44%가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민청 신설을 위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긍정(23.1%)보다 부정(31.1%) 여론이 더 높았다.
여기에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고유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스페인의 경우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거나 현재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등 문화적 기반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지역들이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스페인 이민자들 대부분이 스페인과 문화를 공유하는 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의 중·남아메리카 출신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언어와 관련한 문턱이 높은 편이다. 언어 교육과 이주 배경 주민, 외국인들을 관용·배려하는 문화 정착 프로그램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한국은 혈통적·유전적 단일민족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단일민족이 돼야 한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과 인식 개선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 전문가는 언어의 중요성에 관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언어는 사회 구성원 간의 동질감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매개체”라며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소외 계층이 경험하는 언어 사용의 불이익과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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