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파격적인 조건의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겉으로는 직원의 선택을 존중하는 특별 퇴직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구조적인 인력 조정 압박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과 수익성 둔화가 맞물리며 은행권의 인사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5일까지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은 오는 31일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으로, 선정될 경우 연령에 따라 최대 24~31개월 치 평균임금을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받는다. 1973년생부터 1979년생에게는 자녀 학자금과 의료비, 전직 지원금 등도 함께 제공된다.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말 퇴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매년 상하반기에 임금피크 특별 퇴직도 병행해 왔다. 올해는 1970년 상반기생 직원을 대상으로, 생월별로 차등을 두고 약 25개월 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초 실시된 희망퇴직과 유사한 조건으로, 은행권 전반에서 퇴직 조건이 정형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 대상을 30대 후반까지 확대하며 인력 조정 폭을 넓혀왔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퇴직 신청 인원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주요 은행들은 희망 퇴직금이 과도하다는 비판 속에 지급 규모를 최대 35~36개월 치에서 31개월 치 수준으로 줄였다.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기 진입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 수익성이 악화해 고액 퇴직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결단하려는 직원들이 늘고 있고 제2의 인생을 위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선택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해졌다”라고 전했다.

은행권이 매년 희망퇴직을 반복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 업무가 비대면 등 디지털 친화적으로 전환됨에 따라 인사 적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비대면·플랫폼 중심 영업을 강화하면서 조직을 간소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690개로, 5년 사이 1,189개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선택할 수 있는 비용 절감 수단은 인건비 축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희망퇴직자 수가 늘어도 신규 채용은 제한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의 평균 연령도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직원 평균 연령은 2022년 43.6세에서 2024년 3분기 말 43.8세로 높아졌고, 2022년 42.7세였던 신한은행은 2024년 3분기 말 41세로 낮아진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은행에서 평균 연령이 오히려 상승했다.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단기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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