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 실사격 훈련 사고
MK-82 폭탄 민가에 떨어져
교회 1채, 주택 2채 일부 파손

6일 한미연합훈련 중 전투기 오폭으로 여러 사람이 다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군 당국이 오폭 사고가 발생하고 100분이 지나서야 공군 전투기에서 MK-82 폭탄이 잘못 투하됐다고 발표해 늑장 대응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우리 공군의 KF-16에서 공대지 폭탄 MK-82 8발이 비정상적으로 투하돼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비정상 투하된 폭탄에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추가로 통증이나 극심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며 이송이나 치료를 요청한 주민들이 있어 오후 들어 부상자 수는 15명으로 늘어났다.
이렇듯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04년 우리 공군의 F-5B 전투기가 충남 보령에서 연습용 폭탄을 오폭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에 공군은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오폭 사고의 정확한 경위 및 피해 상황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선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정례적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와 연계한 연합·합동 통합 화력 실사격 훈련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한미 육군과 함께 공군작전사령부 예하 F-35A, F-15K, KF-16, FA-50 등 13대의 전투기가 참가했으나, 주한미군 전투기는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오폭 사고는 KF-16 2대가 일반폭탄인 MK-82 각각 4발을 낙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폭이 된 MK-82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직경 8m·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들 정도로 위력이 강하며, 위치정보 시스템(GPS)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은 조사해 봐야겠지만, 정밀유도무기가 아닌 무유도 일반폭탄이어서 오폭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한, 일각에서는 KF-16 2대가 동시에 오폭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봐서는 폭격 좌표가 잘못 설정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공군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 등으로 확인했다”라며 “실사격 훈련을 할 때 원래 좌표를 입력하고 육안으로 식별하는 과정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역시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라며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실수한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라며 “공중에서도 추가적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무장을 투하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라고 전하며 좌표 입력 실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해당 사고는 포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민가에 떨어져 폭발했다고 민간인이 관계 당국에 신고하면서 전해졌다. 그러나 군 당국은 오폭 사고가 발생하고 100분이 지나서야 공군 전투기에서 MK-82 폭탄이 잘못 투하됐다고 발표해 뭇매를 맞고 있다. 이는 민가에 떨어진 MK-82 폭탄이 오전 10시 4분에 투하됐는데, 공군은 11시 41분에서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군이 초반 오폭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보도를 접한 뒤에야 진상 파악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폭 피해 발표 이후 공군 측은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라며 “피해 배상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군 당국은 현장을 통제하며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불발탄 해체 작업을 위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까지 떨어진 8발 중 불발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 당국의 지도에 따라 지역 주민 50여 명은 낙탄 집에서 떨어진 마을회관으로 대피했으나, 이들은 “죽을 뻔했는지도 모른다”라며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하여 인명피해 외에도 인명피해 외 건물 8개 동이 피해를 봤으며, 구체적으로 성당 1동, 주택 5동,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이 포함됐다. 여기에 포터 차량 1대도 일부 파손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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