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관광세 도입 결정
일본, 관광세 최대 10배 증세
관광세 과세권 지자체에 부여해야

세계 곳곳의 명품 휴양지들이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오버투어리즘을 이유로 관광세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태국에서 관광은 직·간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과 일자리의 약 20%를 차지한다. 2019년 GDP 비중의 약 11%가 외국인 관광객이 태국에서 지출한 금액일 정도다.
지난달 28일 태국 현지 매체 네이션 등은 싸라웡 티안텅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이 외국 관광객에게 입국 시 1인당 300밧(약 1만 3,000원)의 관광세 부과 방안을 연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태국은 전 정부부터 ‘입국세’로 불리는 관광세 부과를 추진해 왔으나, 관광업계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지난해에도 외국 관광객에게 입국비 300밧을 받기로 했다가 백지화됐다. 그러나 최근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관광세 도입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관광세는 국가와 도시에서 내외국인 방문객에게 부과하는 일회성 세금이다. 세부적인 명칭이나 부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유럽의 도시들 또한 이미 관광세를 거두고 있거나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2012년 이미 관광세를 도입한 바르셀로나의 경우 지난해 4월 기준 275유로(약 4,090원)이었던 관광세를 3.25유로(약 4,830원)로 올린 데 이어 지난해 10월 한 차례 더 인상해 4유로(약 6,000원)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버투어리즘으로 주거비 상승 등의 이유로 현지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지난해 4월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방문하는 일일 방문객에게 5유로(약 7,440원)의 도시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영국 맨체스터와 스페인 발렌시아 등 호텔 투숙객에게 관광세를 부과하는 도시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시아의 인기 휴양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숙박세와 관광지 입장료를 대폭 인상 중이다. 일본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고령화와 인구 소멸 문제를 직면하면서 관광 분야를 ‘경제 성장’과 ‘지방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출국세 성격의 관광세를 도입했다. 출국하는 비행기나 배에 탑승하는 모든 관광객에게 1,000엔(약 1만 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숙박세와 방문세를 받는 곳도 존재한다. 2025년 2월 기준 일본 내에 숙박세를 도입하고 있는 지자체는 도쿄,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총 10곳이다. 여기에 숙박세 도입 검토 지자체만 30여 개로, 추후 숙박세를 도입할 지자체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도시에서는 현재 관광세의 최대 10배 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오사카의 경우 1인 1박 1만 5,000엔~2만 엔의 숙박시설에 묵는 관광객에게 거두는 숙박세는 200엔에서 400엔으로, 2만 엔 이상은 300엔에서 500엔으로 각각 인상한다. 교토도 숙박세를 늘렸다. 만일 교토에서 5만 엔(약 50만 원) 이상 숙소에서 묵는다면 1인 1박당 4,000엔(약 4만 원) 상당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들이 관광세를 거두는 이유는 뭘까. 관광세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관광 분야 외에도 사용될 수 있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실제 관광세를 거두고 있는 도시들의 경우, 관광세를 관광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독자적 가치, 문화, 경관 등의 매력 향상, 사회 인프라 정비, 시민 생활 환경 조성 등에 활용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관광세를 배 가까이 인상하면서 약 2,000만 유로(약 300억 원)의 세수입이 증가하자, 해당 세금으로 지역 학교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교육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경우 숙박세의 수입 일부를 공공주택 건설 등 지역민의 주거 복지사업 재원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광세 부과는 관광객들에게 비용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관광객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이유로 유일한 관광 관련 세금인 ‘출국 납부 부담금’을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하기도 했다.
정부는 출국납부금으로 연간 4,700만 명이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 관광 수지가 적자인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출국납부금은 연 1조 3,000억 원이 넘는 문화체육관광부 한해 관광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관광진흥기금 주 수입원 중 하나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을 오는 관광객들에게 1만 원가량의 관광세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2019년부터 관광세를 받기 시작한 일본의 경우 오히려 방일객이 늘고 있다. 2024년 연간 방일외래객수는 3,686만 9,900명으로 전년 대비 47.1% 증가했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3,188만 2,049명)보다도 약 500만 명 많은 수치다. 이로써 도쿄는 지난 한 해에만 47억 6,000만 엔, 교토는 48억 엔의 숙박세를 거둬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관광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자체의 경우, 지방세로 관광세를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제주도의 경우, 2012년부터 관광세(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10년 넘게 답보 상태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세로 관광세를 도입하려 해도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한 상태다. 국내는 정부가 관광세 과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특별자치시·도, 특례시를 대상으로 국세인 관광세 과세권을 지방으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 관계자는 “특별자치시·도 자치모델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새로운 세원 발굴이 필요한 만큼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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