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 위치한 류경호텔
내부 공사 37년 동안 지연 중
외국인 유치 목적으로 카지노 설치 추진

북한에는 3대째 짓고 있는 건물이 존재한다. 바로 류경호텔이다. 류경호텔은 1980년대 북한에서 63빌딩에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제 선전용 105층짜리 미완공 호텔이다. 1987년 건축을 시작한 이 건물의 첫 완공 예정일은 1989년이었지만, 이후 완공 일정이 연기되면서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인 1992년 4월 15일에 완공으로 계획이 미루어졌다.
한 북한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건축 목적에 대해 “1989년 7월 1일에 개최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맞춰 외국인을 맞이할 목적이었다는 게 표면적인 목적”이라며 “진짜 이유는 서울에 있는 249미터 높이의 63빌딩을 의식한 체제 경쟁 측면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완공 예정일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류경호텔은 미완공 건물로 남아 있다. 이는 지나치게 비싼 건축 비용으로 경제난을 겪으면서 여러 번 공사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첫 공사 중단은 1992년이었다. 1990년 소련의 공산 체계가 붕괴하면서 북한도 재정에 타격을 입고 경제난을 겪고 골조만 완성한 채 중단됐다. 이후 17년간 외벽이 건설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가 2008년에 중국 건설 업체들이 강도 시험을 진행하고 부실 시공된 부분을 보강했다.
하지만 이는 외벽 보수에 한정된 조치였다. 이에 2011년에는 이집트의 재벌 통신사 ‘오라스콤 그룹’이 이동통신 산업을 따내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해당 건물 공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2011년 2월 2011 이집트 혁명이 발생해 오라스콤 회장이 국외로 피신하며 잠시 해당 건물의 완공이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2011년 7월 외벽 공사를 마쳤지만, 이 때문에 3차 완공 예정일이던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 4월에도 건물은 완성되지 못했다. 여기에 2012년 7월, 류경호텔 건설을 하던 이집트 오라스콤 그룹이 류경호텔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북한 정부와 계약 파기에 최종 합의하면서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4개월 후인 2012년 11월 독일의 호텔 체인인 켐핀스키가 사업자 계약을 체결하고 건설을 맡았지만, 북한 정부와 사업 계획에 대한 이견으로 단 5개월 만에 운영 계획을 철회하고 류경호텔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며 현재까지도 내부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도 결국 완공을 포기한 모양새다. 현재는 호텔로 이용되기보다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데 쓰이고 있다.
결국 2020년 12월에는 영국의 신문사인 ‘데일리메일‘에서 꼽은 세계 6대 하얀 코끼리 건축물 중 1위로 선정됐다. ’하얀 코끼리‘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활용 가치가 부족해 처치 곤란한 것을 일컫는 용어다. 건축물 선정 기준은 높은 건축비용, 낮은 실용성, 터무니없는 유지비용 등으로 알려졌다. 류경호텔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회의사당, 스페인 베니돔의 인템포 아파트,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경기장,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루스키섬 다리, 중국 둥관의 뉴 사우스 차이나 몰 등을 제치고 ‘세계 최악의 건축물’으로 불리게 됐다.
북한이 해당 건물을 완공하는 것은 엄청난 금액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을 마무리 지으려면 무려 20억 달러(한화로 2조 2,910억 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건설에 착수한 지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본래의 호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 해당 건물의 완공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러시아 기업들과 접촉해 류경호텔 공사 재개 지원을 타진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류경호텔을 기어이 완공하려는 이유에 대해 한 관계자는 “류경호텔은 생전에 김일성과 김정일이 그토록 소원하면서도 끝내 완공하지 못한 건물”이라며 류경호텔의 의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건물을 김정은이 완공하게 되면 김일성, 김정일을 뛰어넘는 지도자로 발돋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 최근 관광사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당국은 류경호텔에 카지노장을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할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관계자는 “류경호텔에 카지노장이 들어서고 호텔 내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수영장과 당구장 등이 설치돼 함께 운영되면 평양 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평양 양각도 호텔을 예시로 들었다. 평양 양각도 호텔에는 1999년 개장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존재하며, 2019년에는 최신 설비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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