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국채 베팅
트럼프 관세 ‘피난처’
금·달러 투자 40대 급증

국내 슈퍼리치들의 투자 행보가 심상치 않다. 금값이 치솟고 ‘김치 프리미엄’까지 붙은 상황에서도, 초고액 자산가들은 금보다 미국 국채를 먼저 선택했다.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단기간에 몰리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1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의 미국 국채 순매수 규모는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초장기 채권인 30년물 국채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30년물 채권의 은행 환산 세전 수익률이 7%를 넘어서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한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렸다.
국내 증권사 중 미국 국채 매수 금액이 가장 많았던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2,250명의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사들였으며, 이 중 33%가 1억 원 이상 투자했다. 특히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들로 구성된 삼성증권 SNI 지점 고객 284명은 인당 평균 1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들였다.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단번에 사들인 이들도 두자릿수 숫자를 훌쩍 넘었다. 특히 삼성증권에서는 전체 판매 금액의 75%가 미국 30년물 장기채권 상품에 몰려들었다. 2050년 5월 만기인 30년물 상품에만 3,600억 원이 넘는 매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 속에서 미국 장기 국채가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 둔화를 초래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금리 인하가 당장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장기 국채 가격이 비교적 낮을 때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초장기 국채는 금리가 0.1~0.2% 변동해도 자본 차익·차손 변동 폭이 크다”라면서 “금리 인하가 당장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으므로 지금과 같이 채권 가격이 쌀 때 투자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값이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금 투자자 중 가장 적극적인 연령대는 40대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14일까지 총 271억 원이 금 통장에 유입됐는데 이 중 35.4%가 40대 고객의 자금이었다. 법인 계좌를 포함해 40대 투자자의 평균 투자 금액은 754만 원으로, 다른 연령층을 압도했다.
40대 투자자들의 특징은 공격적인 매매 성향이다. 기존 금 통장 고객의 평균 투자금은 143만 원이었지만,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들의 평균 금 투자금은 532만 원으로 약 3배 이상 많았다. 이는 금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높은 금값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은 차선책으로 달러 투자에 눈을 돌렸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676억 5,207만 달러(2월 14일 기준)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으며 달러 예금의 투자 가치도 커졌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미국 30년물 국채를 매입하며 ‘고수익 안전자산’에 베팅했고, 40대 투자자들은 금과 달러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집중했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단순히 보유 자산을 지키기보다, 장기적으로 증여하거나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았다. 미국 30년물 국채는 예금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데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최적의 선택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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