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창업주 손자 브라이언 구
최대 350억 달러(약 50조 원) 투자
김영록 전남지사와 MOU 체결
최근 한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범LG가 재벌 3세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한국에 3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미국에서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텍사스에 건설되는 데이터 센터보다 약 3배 큰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1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보유한 데이터 센터는 흔치 않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기가와트는 75∼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건립을 위해 최대 350억 달러(약 50조 원)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스톡 팜 로드’(Stock Farm Road)라는 투자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스톡 팜 로드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은 구본웅(미국명 브라이언 구·Brian Koo)으로 확인됐다. 구본웅은 LG 창업주 손자이자 故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재계에 따르면 그는 LG그룹과 연관성이 없는 행보를 보이며 투자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웅은 런던 및 요르단에 기반을 둔 투자사 BADR 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민 바드르엘딘과 함께 스톡 팜 로드를 공동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WSJ은 데이터 센터가 들어설 구체적인 장소는 언급하지 않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남서부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WSJ은 투자자들이 전력 및 수자원 확보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전라남도와 협약을 체결했다며 전남 지역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톡팜로드 역시 이를 위해 김영록 전남지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전력 및 수자원 확보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전라남도와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구축 업무협약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정확한 완공 시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는 최근 데이터 센터 건설을 위한 공급망 부족 문제와 엔비디아의 AI 칩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WSJ은 해당 프로젝트 역시 오는 2028년 이후 완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스톡 팜 로드’는 초기 투자금으로 1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최대 3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지를 한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구본웅은 “현재 한국의 데이터 센터는 주로 국내 수요를 맞추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WSJ은 한국의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은 AI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전 세계적으로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남에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고 해 주목을 받은 구본웅은 그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재계에 따르면 구본웅의 조부는 故 구태회 전 LS그룹 명예회장으로, 구태회 회장은 故 LG그룹 창업주 구인회의 동생이다. 또한, 구본웅이 LG 창업주의 손자이지만, 그간 LS그룹에 몸을 담은 적이 없고, 보유하고 있던 LS와 관계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는 등 LS그룹과의 연관성을 배제하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며 지난 2022년 MCG(Maum Comunication Group, 마음커뮤니케이션그룹) 의장으로 국내 영화사 쇼박스와 약 1,4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구본웅이 이끈 MCG가 계약 대금 납입에 실패하면서 쇼박스는 2022년 10월 4일 대규모 유상증자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 증시가 악화하면서 MGC가 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하여 구본웅이 의장을 맡고 있는 실리콘 밸리에 기반을 둔 투자회사인 퍼힐스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여론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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