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적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직원들 힘 빠지는 상황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위기에 빠진 배터리 업계가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지난해 4분기 첫 동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저조해지자 성과급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등 업계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나섰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중 이미 실적 발표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지난해 4분기 모두 영업이익 적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별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 4,512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2,255억 원을 내며 적자를 보였으며 이 수치는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의 적자다. 지난해 4분기에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제 혜택인 AMPC 금액으로 3,773억 원을 얻은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영업손실은 6,028억 원으로 파악된다.
앞서 지난해 3분기 AMPC 제외 영업손실이었던 177억 원 대비 적자 폭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삼성SDI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 7,545억 원, 영업손실 2,567억 원을 보였으며, 이는 2017년 1분기 이후 약 7년 만에 적자 기록이다.
삼성SDI는 다른 배터리사에 비해 AMPC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정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등 전기차 캐즘 영향을 피하지 못하면서 결국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해석된다.
SK온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이 지난해 4분기 3,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고객사 보상금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의 첫 분기 흑자와는 다른 결과다.
이러한 배터리사 들의 실적 부진에, 성과급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성과급은 기본급의 최대 900%에 달했다. 이는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50%로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도 양호한 수주 상황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경우 최근 배터리사업부의 OPI(초과 이익성과급) 지급률을 0%로 정했다. 해당 수치는 2023년 1조 6,3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연봉의 32%에 달하는 OPI를 지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감소한 것이다. 출범 이후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SK온도 올해 성과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SK온은 지난 2023년 영업 적자에도 기본급의 200%를 위로금으로 상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임원 연봉 동결을 포함한 비상 경영을 선포하는 등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서 올해는 위로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여러 회사가 비상 경영에 돌입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들은 배터리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고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위로했다. 지난 4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명 LG 에너지솔루션 사장은 3일 전 직원에게 “지금은 ‘강자의 시간’, 호시우보(虎視牛步·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의 자세로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동명 사장은 “북미의 여러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미래 수퍼 사이클(초호황기) 도래 시, 결국 실력을 갖춘 기업이 이를 지배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해당 이메일은 지난달 초 신년사 이후 약 한 달 만에 또 전체 메시지를 낸 것으로 그만큼 대내외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주선 삼성 SDI 사장도 직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취임 후 첫 소통행사에서 “지난해 경영이 어려웠지만 전 임직원이 힘을 합친다면 올해 만회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행사 내용은 천안, 청주, 구미, 울산 등 전국의 사업장에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그는 “배터리는 결국 성장하는 사업”이라며 “임직원들이 이른바 ‘원영적 사고’를 갖고 뭉치면 수퍼 사이클에 올라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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