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숙고, 뉴삼성 준비
‘승어부’ 담긴 사회적 책임
이재용의 새로운 비전은?

출처: 뉴스1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뛰어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국정농단 2심 결심공판에서 언급했던 이 말은 단순히 경영 성과를 넘어 새로운 비전과 사회적 책임을 담은 메시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은 대외적으로 눈에 띄는 발언이나 행보 없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법적 리스크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그의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승어부’를 다짐했던 이 회장이 지금 준비하는 새로운 삼성의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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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은 2022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신중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영업이익 6조 5,0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인 7조 원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3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실적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에서 삼성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부진한 DX(스마트폰·가전) 부문과 미국 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DX 부문 역시 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에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에서 “연구개발비 증가와 비메모리 사업 부진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하며, 부문별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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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어부’라는 표현은 2020년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에서 최후 진술 중 언급한 말로, 단순히 경영 실적을 뛰어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시 이 회장은 “두 달 전 이건희 회장 영결식이 있었는데 회장님 고교 친구분이 추도사에서 승어부라는 말을 꺼냈다”라며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는 말씀이었다”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준법, 사회적 책임, 국민의 신뢰를 포함한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그는 이를 통해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다짐은 단순히 삼성 내부의 변화를 넘어 한국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이건희 선대 회장이 강조했던 ‘초일류 기업’의 정신이 지금의 삼성 DNA라면, 이재용 회장은 이를 현대적 사회적 가치와 연계해 재구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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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품질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등을 통해 ‘패스트 팔로워'(추격자) 전략으로 일본과 미국을 모델 삼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반면, 이재용 회장이 맞이한 시대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전혀 다른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처럼 특정 국가나 기업을 모델로 삼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삼성의 새로운 방향성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AI, 반도체, 지속 가능성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글로벌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그의 어깨에 놓여 있다.
삼성의 미래 비전은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이 강조한 ‘승어부’는 회사의 성장과 동시에 사회적 공헌과 지속 가능성을 아우르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삼성을 단순한 글로벌 기업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바라보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적 부진 속에서도 삼성이 AI와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지속 가능성 관련 이니셔티브를 확대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출처: 뉴스1
이재용 회장의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이는 ‘뉴삼성’이라는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숙고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적 리스크와 실적 부진이라는 두 가지 큰 도전 속에서도, 그는 새로운 삼성의 길을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승어부’라는 다짐은 단순히 아버지를 뛰어넘는 경영 성과를 넘어, 더 큰 사회적 비전을 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과연 이재용 회장이 준비 중인 새로운 삼성은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넘어 인류와 함께하는 기업으로 삼성을 발전시킬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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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놈
꼴값 떨지말고 유지라도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