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차기 총수로서 입지 다져
14일 HD현대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존 현대차와 SK 등이 수석 부회장 직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HD현대그룹에선 정 부회장이 처음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회장 승진 1년 만으로 사업 과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이날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핵심 과제를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 새로운 기업 문화 확산 등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그룹의 주요 경영 사항을 기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챙기겠다는 의미가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기선 부회장의 수석 부회장 승진은 지난 2021년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오른 것이다. 당초 그간 재계에선 정 부회장의 입지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경영 보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어 왔다.
이는 HD현대그룹이 특유의 지배와 경영이 분리된 경영 구조를 오랜 기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인사 발령으로 인해 HD현대그룹의 ‘정기선 체제’가 보다 공고 해지며 오너 경영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정기선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지난 2021년 10월 사장직에 올라 3세 경영을 본격화한 뒤 경영 최전선에서 전문경영인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룹 내에서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한 후 2년 1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부회장 승진한 그가 1년여 만에 재차 승진을 거듭하며 차기 그룹 총수로서의 입지를 한층 탄탄히 다지게 됐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대해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의 경영환경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정세의 변화, 유가 및 환율 변동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 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며 “2025년은 핵심 사업별 경쟁력 강화와 미래 친환경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선 부회장의 승진으로 호황을 맞은 조선, 전력기기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 앞서 정기선 부회장이 평소 신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친환경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추자 투자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에 선박 에프터 마켓(AM)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과 수소 사업도 정기선 부회장이 관심을 가진 사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또한, 에너지 부문의 HD현대오일뱅크가 불황에 있는 만큼 재무 안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하여 이번 인사에 재무통을 대표이사로 투입한 것 역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전력기기 시장 호황을 이끈 HD현대일렉트릭의 조석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에는 김영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HD 현대삼호 대표이사에는 김재을 HD현대중공업 조선 사업 대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으며,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는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안전 생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임주 부사장이 송명준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에 내정했다. 발표된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정기선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가 있는 HD현대그룹은 현재 승계 구도가 명확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경영에서 물러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지분 구조상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인사 단행으로 인해 그룹의 승계 구도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업계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향후 HD현대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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