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강한승·CJ 손경식
MLB 티켓 선물 전달
1년 8개월 만에 극적 화해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 ‘햇반’ 납품 단가로 갈등을 빚었던 CJ와 쿠팡이 화해 조짐을 보였다. 지난 3월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한승 쿠팡 주식회사 대표가 손경식 CJ그룹 사장에게 야구 경기 티켓을 보내 초청했다.
오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정규시즌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이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 경기 티켓이다. 이 때문에 양사가 화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2022년, CJ제일제당은 쿠팡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생산 물량 대비 과도한 발주 물량을 요구했다고,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이 가격 인상을 제안하며 발주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은 ‘밥상 물가 상승’으로 공급가 인상은 불가피하단 입장을 강조했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납품가는 국내 물가 상승률보다 최대 4배 이상 비싸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양사가 타협점을 못 찾자,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햇반과 비비고 등의 발주를 중단해 버렸고, 쿠팡의 ‘로켓배송(직매입 계약 체결)’으로 해당 제품을 받아볼 수 없게 됐다.
이후 쿠팡은 CJ올리브영을 겨냥했다. 화장품 납품 업체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또 그동안 CJ에 밀렸던 중소업체와 자체브랜드(PB) 상품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행했다.
CJ도 가만있지 않았다. CJ는 ‘반(反)쿠팡 연대’를 꾸려 이마트, 11번가, 네이버 등 쿠팡을 제외한 온라인 유통사에 정가 대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
CJ는 나아가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을 잡았다. 현재 알리 사용자는 818만여 명으로 쿠팡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알리의 한국 브랜드 전문관인 ‘K 베뉴’는 지난 7일부터 CJ제일제당의 57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에 올라온 상품들은 현재 자사 몰인 CJ 더마켓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의 선물은 ‘화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CJ가 쿠팡과 갈등을 풀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햇반’ 등 주력 제품의 매출 성장세는 4.3%로, 쿠팡에서 빠지기 전인 2022년 18.5%보다 확 낮아졌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쿠팡에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측이 ‘중국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기 위해 CJ제일제당과 공생을 쉽게 놓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다만 CJ그룹 측은 티켓 선물에 대해 “초청장을 받았고 경기장에 가지만 화해 무드는 조심스럽다”고 전했고, 쿠팡 역시 말을 아꼈다.
또한,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식품, 동원F&B 등 식품업체가 줄줄이 알리의 한국 업체 전용관인 ‘K 베뉴’에 입점한다. 동원참치 제조사인 동원F&B는 이달 내에, 불닭볶음면을 내세운 삼양식품은 다음 달부터 알리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대상과 풀무원, 농심 등 다른 업체들도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8월 납품 단가 문제로 갈등하던 쿠팡과 CJ제일제당이 1년 8개월 만에 화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양사는 햇반·비비고·스팸 등 CJ제일제당 인기 제품을 쿠팡 로켓배송으로 판매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햇반·스팸 등 상온 제품의 로켓배송은 지난달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지난 2022년 12월 거래를 중단했던 쿠팡과 CJ제일제당이 1년 8개월 만에 극적인 판매를 한 것에 대해 내수 부진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 등장에 따른 위기감이 양사의 협력을 가속했단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