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채용형 인턴
성과급 지급 손해배상청구
7억 9,000만 원 지급 판결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신입 직원을 선발할 때 정규직 채용에 앞서 ‘채용형 인턴’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채용형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는 지난 4일 대구지법 제13민사부(권순엽 부장판사)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채용형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 A 씨 등 330명이 한국부동산원을 상대로 낸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330명에게 원금 6억 6,120여만 원과 지연손해금 1억 2,800여만 원 등 7억 9,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한 것이다. 이에 소송비용 역시 피고가 부담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당초 한국부동산원은 매년 보수 규정에 따라 직원들에게 근무 기간에 비례해 경영평가성과급, 자체 성과급 등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A 씨 등 330명에 대해서는 채용형 인턴으로서 근무한 기간을 성과급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무 기간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30명에게 미지급한 성과급은 6억 6,100여만 원에 달한다.
앞서 소송을 제기한 A 씨를 비롯한 원고 측은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에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한국부동산원이 자신들을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교해 차별적 처우를 한 것으로써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를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은 A 씨 등 330명에 대해 차별적 처우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설사 차별적 처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2개월 내지 6개월의 채용형 인턴 기간이 정해져 있으나 정규직 채용 절차의 하나로써 정규직 계약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로 볼 수 없어서 차별적 처우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채용형 인턴의 비교 대상 근로자는 정규직이 아니라 정식 발령 전 수습 직원인 데다 채용형 인턴을 불리하게 처우하려는 고의 또는 과실도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한국부동산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인턴 근무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별도로 정규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점 등을 종합하면 기간제근로자 법 제8조 차별적 처우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날 재판부는 “채용형 인턴인 원고들에 대한 비교 대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향후 정규직 근로자로서 일하게 될 부서에 배치돼 해당 부서의 정규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정규직으로 바뀐 후에도 채용형 인턴 기간 중 수행한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고 꼬집으며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들은 비교 대상 근로자인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가대상 기간에서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이 제외됐으므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채용형 인턴 근무 기간을 성과급 평가대상 기간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런 재판부의 판결은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22년 한국가스공사에 채용형 인턴(2016~2018년)으로 입사한 근로자 28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채용형 인턴에게 고정 상여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어 당시 한국전력공사(한전) 역시 최대 1년에 달하는 채용형 인턴에게 성과급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경력도 인정하지 않는 등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한국가스공사의 판결은 공공기관 채용형 인턴에 대한 차별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로 주목받았다.
다만,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전 공공기관의 채용형 인턴 성과급 지급 문제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기관이 한국가스공사의 판결 결과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검토 중”이라고 답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용형 인턴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청년인턴 채용을 적극 장려하면서 공공기관들은 채용 연계형 인턴을 대거 선발하기 시작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채용 연계형 인턴 채용 열풍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정부 기조가 바뀐 2018년까지 지속되며 발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잇따른 차별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집단소송 발발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 시기 인턴 선발자들은 3~6개월가량의 인턴을 거쳐 80~90%가량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나, 인턴 기간 고정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경력에도 이 기간이 누락되며 호봉·승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발전 공공기관들은 줄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에 난처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불이익을 바로잡겠다는 직원들의 입장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면서도 “해당자들은 대부분 차장급 이하인데, 희망퇴직이나 인력 감축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노사뿐 아니라 노노(勞-勞)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진 않을지 걱정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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