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다녀온 이재용이 취재진에게 건넨 화제의 ‘한 마디’

이재용 “봄이 왔네요” 발언
계절·반도체, 중의적 해석
독일 자이스 사와 협력 강화

3일 오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유럽 장기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재진이 질문을 하기도 전 “봄이 왔네요”라고 말하며 인사를 건넸다. 다만, 취재진의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하고 마련된 차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봄이 왔네요” 발언에 업계에선 계절적 의미를 비롯해 최근 반도체 업계에 따듯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빗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그 배경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에서 개선의 모습을 보이면서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기도 해 더욱 발언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독일을 필두로 이탈리아‧프랑스 등을 방문해 유럽 시장의 전반적인 환경과 동향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과 주재원 간담회 등의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에는 독일 오버코헨 소재 글로벌 광학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는 자이스 본사를 직접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일선의 주역을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한국 반도체 시장에 기대가 높아졌다.

독일의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인 EUV(극자외선)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의 막대한 가짓수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삼성전자에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인 네덜란드 ASML에 3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밝혀져, 자이스가 없으면 ASML도 없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벤에서 설립되었으며, 반도체 산업의 주요한 공급 업체로 전 세계 고객에 제품을 판매한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을 발판 삼아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 시장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향후 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지속해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유럽 출장 가운데 교황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조합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교황청은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이 지난달 27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적으로 알현한 것을 전했다. 무교로 알려진 이 회장이 천주교의 상징인 교황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두 인물의 만남의 중심에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유흥식 추기경이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지난 2021년 6월 한국인 출신 성직자로는 최초로 교황청 장관 직위에 올랐고, 그 이후 2022년 5월 29일 한국인 출신으로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긴 장본인이다. 

이 회장은 2022년 7월 바티칸을 방문해 유 추기경의 임명을 축하했으며, 그 인연으로 이번 교황과의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과 교황이 만나는 자리에는 유 추기경을 비롯해 삼성전자 남석우 사장,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 다비데 코르테 IT제품 세일즈 헤드가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교황은 사전에 준비한 기념품 등을 교환했고, 교황은 삼성 대표단과 이 회장에게 축복의 말과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유럽을 다녀온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깜짝 실적발표 또한 화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일 개장 전 실적 공개를 통해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31.87% 대폭 상승해 6조 6,06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인 6조 5,700억 원을 훨씬 능가하는 막대한 이익을 올 1분기에 거둬들였다. 이는 올해 초 증권사들이 예상한 기대치인 5조 2,00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웃도는 수치로 말 그대로 ‘깜짝 실적’이라고 불렸다.

삼성전자의 공시에 따르면 매출은 71조 9,150원으로 지난해보다 12.82% 늘면서 70조 원대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70조 원 선을 되찾은 건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으로 알려졌다.

주력인 반도체 부문 사업은 매출 23조 1,400억 원을 달성, 영업이익 1조 9,100억 원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2,700억 원을 기록한 이후로 지난해 내내 오랜 기간 분기마다 2~4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적자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5개 분기 만에 다시 흑자로 전환되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부문 사업이 고부가 제품 수요가 발생했고 그 대응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판매 호조로 이익을 끌어올 수 있었다”며 “환율 상승 등의 배경으로 지난 분기 대비 영업이익에서 3,000억 원을 웃도는 긍정적 효과를 얻은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깜짝 실적 발표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해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금리 인하와 관련한 기대감 하락으로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 수요를 자극하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AI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예측하기에는 이른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일부 전문가는 AI 생태계 확장 지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해외 반도체 파운트리 설립,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 친환경 발전 확대 등은 과거 반도체 사이클에서는 확인할 수 없던 새로운 수요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혜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