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열흘 만에 형사 피고인으로 첫 재판에 출석해 내란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날 선 책임론을 펼쳤다. 재판 내내 차분함과 격앙됨을 오가는 모습을 보인 그는, 특히 전임 정부의 정보기관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라고 주장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 윤 전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 2:8 가르마로 법정에 들어섰고, 검찰의 모두진술이 시작되자 무표정한 얼굴로 검사석을 응시했다. 변호인과의 귓속말을 주고받던 그는 진술이 길어지자, 눈을 감거나 눈썹을 긁는 등 지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발언 순서가 오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윤 전 대통령은 준비한 PPT를 띄우며 손짓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고,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탄핵, 민주당사 병력 투입 논란 등 민감한 주제에선 어깨를 들썩이며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방첩 역량을 절반 이하로 축소시켜 군사정보가 유출될 위기였다”라며 “삼청동 안가 회동도 이런 문제를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사령관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전 정부에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 소외됐고, 군 위계질서 회복 차원에서 유임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가 감사원장을 법정에 세운 점을 언급하며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재판부의 ‘마이크 사용’ 요청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40분 넘는 발언에 재판부가 제지를 시도하자, 오히려 “제가 만든 자료가 아니다. 오후엔 짧게 하겠다”라고 답했다.
오전 재판을 마친 윤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을 빠져나갔다. 오후 재판에서는 그의 주장이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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