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수수로 교도소 간 대표에게 ’47억 지급’한 회사 정체

가상자산 거래소 실적 호재
징역 2년 전 대표에 약 47억 지급
“거래소 성장 이끈 공로 인정해”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수십억 원의 상여금과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이른바 ‘돈 잔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빗썸은 특정 코인을 상장시켜 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에게도 20억 원의 상여금을 포함, 약 47억 원을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A 코인을 거래소 빗썸에 상장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30억 원, 명품 시계, 고급 레스토랑 회원 카드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현금 30억 원 수수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명품 시계와 고급 회원 카드 등 일부 금품 수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1심에서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및 추징금 약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8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빗썸의 최대 주주인 빗썸홀딩스의 대표를 지낸 이 대표는 구속 당일 퇴사 처리됐다. 빗썸에서는 2018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사내이사를 맡았다가 사내이사 임기 만료 후에는 사장으로 자문 업무를 수행해 왔다.

빗썸 측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보수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 “거래소 제도권 진입, 서비스 경쟁력 강화, 고객 자산 보호 등 경영 기틀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해 상여금을 지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한 재무성과와 경영 목표 달성도, 성장전략 제시 등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빗썸은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 이사회 의장에게도 상여금 10억 원을 지급했다. 이 전 의장은 현재 빗썸홀딩스 사내이사이자, 빗썸에서 서비스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빗썸이 이 같은 돈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데에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지난해 실적 호조를 맞은 영향이 컸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지난해 투자 심리 회복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빗썸은 지난해 1,30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148억 원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1,618억 원을 기록하며 243억 원이었던 전년의 6.7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지난해 1조 1,8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의 6,409억 원보다 85.1% 급증한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순이익 또한 9,838억 원으로, 전년(850억 원)보다 22.2% 늘었다.

이에 두나무 또한 배당과 상여 등으로 거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최대 주주인 송치형 의장은 총 1,100억 원이 넘는 액수를 지급받았다. 지난해 보수로 62억 244만 원(급여 29억 644만 원·상여 32억 9,600만 원), 배당으로 약 1,042억 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3.11%를 보유하고 있어 두나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김형년 부회장은 약 577억 원을 받았다. 이는 보수 42억 1,480만 원(급여 21억 5,880만 원·상여 20억 5,600만 원)과 배당 약 535억 원이 합해진 금액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의 평균 연봉도 큰 폭으로 올랐다. 두나무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 9,907만 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으며, 빗썸은 전년 9,900만 원에서 1억 1,600만 원으로 17%가량 올랐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거래소의 평균 근속 연수가 2~3년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훨씬 높은 급여 수준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