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제고를 위한 신생아 특례 대출
고소득층이 1.8배 많이 받아
정책목표와 실제 활용 사이 괴리 발생

지난해 1월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은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10조 원을 넘어섰다. 신생아 특례대출에 편성된 예산은 27조 원 규모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한해 최대 5억 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은 연 1.1~3.0%, 구입 자금 대출은 연 1.6~3.3%의 금리가 적용된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인 연 4~5%에 비하면 최소 0.7%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구입 자금 대출 대상 주택은 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이다.

정부는 이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두 번이나 변경했다. 출시 당시 해당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은 부부 합산 1억 3,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연 소득 2억까지 대출이 가능해졌다가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출산한 가구에 연 소득 2억 5,000만 원까지 3년간(2025~2027년) 추가 완화됐다. 이는 사실상 소득 요건을 폐지한 것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부부 합산 소득 2.5억은 상위 2% 정도에 해당하는 고소득 가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기봉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저출생 반전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다 동원해 보자는 것”이라며 “3년간 실험적으로 시행해 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취약계층 주거 지원을 위해 마련된 정책대출이 실제로는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의 자산 형성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은 이들 중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신생아 특례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 소득 8,500만 원 초과~2억 원 이하의 고소득층에서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은 건수는 총 4,356건으로,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연 소득 4,000만 원 이하(2,351건)의 1.8배 수준이었다.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상품인 ‘대환대출’ 역시 고소득층의 이용률이 높았다. 지난해 고소득층의 대환대출 건수는 4,447건으로, 1,139건인 저소득층의 3.9배를 기록했다.
또한, 해당 자료에서는 연 소득 4,000만 원 초과~8,500만 원 이하의 중산층이 신생아 특례 대출을 가장 많이 받는 소득 계층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지난해 신규대출은 7,868건으로 신생아 특례대출 전체 중 53.9%의 비중을 차지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신생아 특례 대출 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왔는데 정작 저소득층에 대한 효과는 미비하다”라면서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이자 경감 및 대출 부담 경감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특례대출은 지난해 가장 많이 아파트를 구매한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아파트를 가장 많이 구매한 세대는 26.6%를 기록한 30대였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과 함께 30대의 아파트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편,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조건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는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수요자들은 출산에 따라 주거 여건을 개선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신생아 출산 가구들 중 무주택자가 아닌 이들이 이른바 ‘꼼수’로 불리는 우회를 통해 신생아 대출을 받는 문제도 발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생아 특례 대출은 국가적 비상 상황인 저출산·인구 감소에 대한 하나의 지원체계”라면서 “신생아를 출산하는 가구에 한해 활용도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주장에 난색을 보였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출산 이후 이사하려는 가구까지 지원해 주는 것은 자금 운용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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