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 펀드 13조 집중
은행 비이자 수익 다각화
경기 둔화 속 수익 확대 전략 수립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펀드에 13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이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채권형 펀드와 같은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특히 해외 증시와 가상자산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은행을 통해 간접투자를 선택하면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주요 은행들이 판매하는 펀드는 채권형 펀드가 중심을 이룬다. 이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도 주식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갔다. 은행들이 펀드 판매를 강화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경제적 요인들이 있다. 먼저 미국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예금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게 되자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예금 대신 펀드 상품을 추천했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액 자산가와 법인 고객들을 표적으로 삼은 상품 판매에 집중했다. 또한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 펀드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2024년 코스피가 글로벌 투자 훈풍을 타지 못하고 변동성을 키우면서 이 영향으로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거나 은행에서 판매하는 안전한 펀드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하나은행은 최근 채권형 펀드 판매를 확대하면서, 단기채와 채권혼합형 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그중에서도 공모주 관련 상품을 일부 포함하는 채권혼합형 상품을 통해 다양한 투자 성향을 가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중장년층 투자자들 가운데는 S&P500 등의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도 많은 가입자가 있었는데 이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은행을 통해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은행은 ‘케이봇쌤 AI 포트폴리오’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AI를 활용해 고객의 자산군 선호도와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분석하여 최적화된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며 가입과 리밸런싱까지 지원한다. 이와 같은 디지털 혁신은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의 비이자 수익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비이자 수익 강화 전략도 주요 경영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금융지주사 CEO들의 설문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비이자 수익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자 수익 의존도가 높은 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혁신,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강화가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펀드 판매를 넘어서 신탁업, 자산관리(WM) 서비스, 벤처 투자 등 신사업 모델들을 통해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합산 비이자이익은 3조 2,586억 원으로 이듬해 같은 기간 2조 7,748억 원보다 17.4% 불어났다. 비이자이익 규모와 성장세 모두 4대 은행 중 가장 컸던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5,580억 원에서 올해는 9,790억 원으로 늘어나며 1년 새 75%의 성장을 이뤄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5,313억 원에서 6,775억 원으로 약 1,400억 원 늘어나며 그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으로 7,371억 원을 벌었고 국민은행도 6,161억 원에서 6,185억 원으로 증가했다. 농협은행만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3,509억 원에서 2,465억 원으로 감소했다.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를 위해 수수료 이익을 늘리는 데 집중한 영향이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특화 점포와 각종 신탁 및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방카슈랑스 등에 집중하며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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