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불확실성 ↑
삼성전자 2.36% 하락해
외국인 14조 3,000억 팔아
최근 코스피 지수가 트럼프 2기 집권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의 귀환에 따른 우려로 하락 마감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주가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에 시가총액 300조 원대 붕괴도 사정권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54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36% 하락한 5만 3,7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장중에는 5만 3,8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0월(수정주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 5,000원에 처음으로 도달했던 점을 미루어보아 삼성전자의 주가는 7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로 확인됐다.
특히 이날도 JP모건,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를 통해 매물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3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던 외국인이 다시 ‘셀(Sell) 삼성전자’를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9거래일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겪으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 주식 14조 3,000억 원을 내다 팔기도 했다. 다만, 14조 3,000억 원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투자 성적은 국내 투자자들의 성적보다 좋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 8월 5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폭락 장이 연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가 잇따랐던 것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종가가 7만 1,4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점에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약 30%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이 시작된 지난 8월 2일부터 9일까지 3조 58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는 1조 8,830억 원에 그쳤다. 심지어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3일부터 10월25일까지 3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해 규모만 12조 9,39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역대급 물타기를 동원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반등은 요원한 상태다.
이어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반도체주(株) 투자 심리가 다소 꺾인 점이 꼽힌다. 이에 따라 이날 SK하이닉스도 장중 1%대 동반 약세를 보인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부과는 물론 조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통해 약속한 각종 보조금도 축소·철회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2년 바이든 정부 때부터 가동된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확장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 5,000억 원)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보조금 총 64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후공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바이든 정부는 38억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트럼프 2기 정부가 칩스법을 폐기하거나 보조금 규모를 축소한다면 미국 공장 건설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둔화도 투자 심리 위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수요 성장은 둔화하는 반면, 공급은 올해보다 확대되면서 업황이 둔화하는 구간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모멘텀(동력)은 현저히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메모리 기술 경쟁력 회복”이라며 “(삼성전자는) D램에서 1a부터 1c까지 경쟁사가 먼저 개발하는 것을 허용했고, 낸드에서도 V7부터 개발 속도가 역전됐다”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연일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국내외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에도 ‘뉴삼성’을 외쳤던 이재용 회장은 침묵을 유지 중이다. 특히 지난 10월 27일 회장직에 오른 지 2주년이 된 때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으면서 재계 안팎에서 그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2024년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3분기 확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며 ‘어닝쇼크’를 맞았다. 이에 3분기 실적 부진에는 DS부문의 성과가 미진한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반도체 시장에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를 두고 “지난해 반도체 불황이란 외부 요인에 기인한 실적 하락과 별개로 이번 어닝쇼크는 삼성전자 자체의 문제로 인해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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