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공개매수
자회사 상장폐지 결정
고강도 구조조정 추진
이마트가 약 388억 원을 투입해 신세계건설 잔여 지분 전량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섬과 동시에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당초 신세계건설의 최대 주주인 이마트의 행보에 자발적 상장폐지를 통해 신속히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특급 결단’으로 해석된다.
지난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9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30일간 신세계건설 기명식 보통 주식 212만 661주(발행주식총수의 27.33%)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마트가 보유한 보통주 546만 8,461주(발행주식총수의 70.46%)와 신세계건설 자사주 17만 1,432주(2.21%)를 제외한 잔여 주식 전량을 취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개매수의 가격은 주당 1만 8,300원으로, 27일 종가(1만 6,050원) 대비 14%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총공개매수 대금은 약 388억 810만 원에 달한다. 공개매수 주관은 신한 투자 증권이 맡았다.
이마트 측은 공개매수의 추진 목적에 대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신속하게 사업구조를 재편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신세계건설 주식을 소유한 투자자를 보호하고 최대 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공개매수 응모율과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사들일 예정으로 확인됐다. 즉, 주식을 모두 사들여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인 대주주 지분 비중 95% 이상을 채울 계획인 것이다.
이마트가 예정 수량을 모두 사들일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97.79%(758만 9,122주)를 확보하게 되며, 코스피 상장사가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려면 자사주를 제외하고 대주주가 95%의 지분을 확보하면 된다는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또한, 만일 이마트가 공개매수에 실패하더라도 교부금 주식교환에 나서면 상장폐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교부금 주식교환이란 지배주주가 정한 단가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수 주주의 잔여 지분을 강제로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매수에 실패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해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해진다.
앞서 신세계 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세계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 규모는 2,500억 원에 달했으며, 지난해 1,8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의 재무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지난 4월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건설을 정상화하겠다며 대표이사와 영업본부장 등을 모두 교체한 뒤 지난 5월 6,5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재무 정상화를 위해 나섰다.
이에 올해 상반기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161.1%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951.8%)에 비해 크게 개선됐으나, 올 상반기에도 6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자진 상폐를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해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으로 추측된다.
한편,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자진 상장폐지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신세계 건설의 주식 거래량이 폭증해 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 시장 정보가 사전에 샌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는 지난 11일 신세계 건설의 주가가 1만 2,500원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최근 10영업일 중 9영업일 동안 상승하며 상승률이 30%에 달해 30일 1만 8,150원을 기록하는 등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어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경영정보 공시의무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일반주주들 경영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즉 상장폐지는 오너일가와 경영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지만 주식을 고점에 매수한 소액주주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세계 건설의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는 ‘대주주 농락에 아무것도 못 해보고 이게 뭔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와 같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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