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운영과 선거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배우자 동반 해외 출장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전부 그렇게 해왔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자, 국정조사장에서는 책임 의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시작된 국정조사는 선관위 내부 관행과 조직 문화 전반을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노 전 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했다. 이날 질의 과정에서는 재임 시절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한 경위와 관련 예산 집행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상현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배우자 동반 출장 배경을 묻자, 노 전 위원장은 실무진으로부터 부부 동반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고, 이전에도 같은 방식이 이어져 왔다고 답했다. 이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노 전 위원장은 재임 기간 독일과 에스토니아 등을 방문하는 해외 일정에 배우자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배우자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이 선관위 예산으로 집행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그는 자신이 먼저 동행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장에서는 이러한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의원들은 출장 경위 자체보다도 해당 사안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 일정에 배우자가 동행한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설명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상현 위원장은 국민들은 세금이 배우자 동반 출장에 사용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비용을 반환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노 전 위원장은 가능하다면 반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배우자가 선거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전문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주 의원은 선관위가 이미 여러 논란으로 국민 신뢰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해외 출장 성과를 설명하더라도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당초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선관위원 수당 문제와 채용 비리 의혹, 해외 출장 논란 등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며 검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출장 비용 규모보다도 ‘관행이었다’라는 설명이 적절한 해명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선거 관리 논란과 조직 운영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면서 독립성뿐 아니라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출발한 이번 국정조사가 선관위의 조직 운영 체계와 내부 관행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추가 쟁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관련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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