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이후 39년 만에 추진된 헌법 개정 논의가 국회 본회의에서 극한 충돌 끝에 사실상 파행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비상계엄 통제 강화와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을 담은 개헌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표결 불참 방침을 유지하면서 의결 정족수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본회의장에서 “내란 정당”, “꺼져” 같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거세게 충돌했고, 범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표결 참여를 압박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계엄 사태 이후 처음 추진된 개헌 논의가 여야 극한 대치 속에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번 개헌안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6개 정당이 공동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권을 도입하고 기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실질적인 해제권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국가균형발전 의무를 명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상정 직후 “1987년 이후 39년 동안 멈춰 있던 헌법 개정의 문을 여는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헌법의 빈틈이 드러났다”라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헌법적 안전장치를 세우는 것이 이번 개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으며 집단 보이콧에 나섰다. 우 의장은 투표 종료 이후에도 약 30분 동안 개표를 미루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기다렸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우 의장은 “39년 만에 하는 개헌인데 한쪽 자리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이 참으로 유감스럽다”라며 “투표 자체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위헌·위법 계엄이 다시는 가능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라며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했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불법 계엄을 옹호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한 내란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 추진이 졸속 정치 공세라고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반대 토론에서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고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취소 특별검사법을 밀어붙이는 세력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개헌까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은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숙의와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를 앞둔 시기에 추진되는 포퓰리즘 개헌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흔들 수 있다”라며 “졸속 누더기 개헌 폭주는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 발언 도중 민주당 의석에서는 “말로만 하지 말라”, “아니오” 같은 고성이 터졌고, 방청석에서도 “꺼져”라는 항의성 반응이 이어졌다. 발언 종료 직후 범여권 의석에서는 “내란 정당”이라는 고성이 쏟아지며 본회의장 분위기가 격하게 얼어붙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개헌은 내란과 헌정질서 파괴라는 비정상을 끝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역시 “제2의 윤석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특히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당시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한 명씩 직접 호명하며 표결 참여를 요구했다. 그는 “그날 양심과 소신으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들이라면 이번에도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망상에서 벗어나라”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번 개헌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인 191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당론 반대와 표결 불참 방침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의결 정족수 확보는 어려워진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헌 논의가 여야 극한 대립 속에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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