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 만에 재난 대응과 국가 책임을 명문화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제도 변화의 분기점이 마련됐다. 생명과 안전을 국가의 핵심 책무로 규정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국민의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법률로 명시하고 정부가 정기적으로 관련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랜 기간 논의만 이어지던 안전권 입법이 실제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사회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표결 과정에서는 재적 위원 가운데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만 반대표를 행사했다. 주 의원은 피해자 권리 규정이 구체성이 부족하고 향후 법 집행 과정에서 다양한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여야 간 협의를 거쳐 법안이 처리된 만큼 향후 입법 절차에서도 큰 틀의 합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제정안의 핵심은 ‘안전권’의 명문화다. 법안은 국민이 재난과 사고로부터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기본 권리로 규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책임 주체로 명시됐다.
특히 재난이나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경우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설치해 사건 원인을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규명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 대형 참사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조사 공정성 논란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중장기 정책 체계 구축도 포함됐다. 정부는 안전권 증진을 위해 5년마다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해당 계획에는 재난 예방과 대응뿐 아니라 피해자 지원과 회복 방안까지 포함된다.

또한 안전사고로 영향을 받은 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제로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재난 대응 범위를 단순 수습 단계에 그치지 않고 사후 회복까지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법안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2020년 처음 발의됐으나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후 해당 내용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으로 포함되며 다시 논의가 재개됐다. 지난해 3월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 77명이 공동 발의하면서 입법 절차가 다시 추진됐다.
박주민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기본 원칙을 법에 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난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권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남은 입법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역시 법안 처리 이후 입장을 내놨다.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법안이 여야 협의를 통해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이 실제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후속 제도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법안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향후 최종 통과 여부에 따라 재난 대응 체계와 국가 책임 범위가 제도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법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행 기준과 집행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재난 대응 정책의 방향과 국가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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