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문직의 일자리 구조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회계사와 세무사, 변호사 등 이른바 ‘사(士)’자 전문직이 향후 AI 영향에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AI가 직업 자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더라도 직업의 가치와 구조에는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기술이 실제 노동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I 플랫폼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지난해 ‘AI의 노동시장 영향: 새로운 측정 지표와 초기 증거’ 보고서를 통해 800개 직종 업무에서 AI 활용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직무에 활용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관측 노출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7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객서비스 담당자, 데이터 입력자, 의료기록 전문가, 시장 조사 분석가와 마케팅 전문가, 도매·제조·영업 부문 종사자, 재무 및 투자 분석가, 소프트웨어 품질 담당자, 정보보안 분석가, 컴퓨터 사용자 지원 전문가 순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요리사와 오토바이 정비사, 안전요원, 바텐더, 설거지 담당자, 탈의실 안내원 등 현장 중심의 육체노동 직종은 관측 노출도가 0%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이러한 직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4년 4월 발표한 ‘인공지능에 의한 화이트칼라의 직무 대체 및 변화’ 보고서는 약 500개 직업을 대상으로 AI에 의한 직무 대체율을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화이트칼라 직종이 비화이트칼라 직종보다 AI 대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 노출 상위 직종으로는 연구원, 정보기술 개발자, 데이터 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디지털 마케터, 기자, 영상 제작 전문가, 실용음악 작곡가, 시각 디자이너 등이 포함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변화의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회계사 A 씨는 “과거 신입 회계사들이 도맡았던 데이터 입력과 단순 수치 대조 및 분류 등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단순 실무 인력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다른 회계사 B 씨는 “10년 후에는 ‘인간 회계사’의 역할이 남아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대로 신체 활동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직종은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프로게이머와 직업 운동선수, 선박 조립원, 낙농 종사자, 선박 객실 승무원, 보일러 설치공, 정비원, 용접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이는 10년 전 유사 조사에서 청소원이나 주방 보조원 등 육체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꼽혔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전문가들 또한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육체노동 직종과 감정 노동이 필요한 직종을 제시했다.
인간 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직무일수록 AI 대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직업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기보다는 직무 구조와 가치에 변화를 불러오는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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