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불법 계엄 당시 상황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다시 나왔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당시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에 출입하는 의원들을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불법”이라는 표현을 분명히 들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 통제와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29일 조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은 현재 같은 재판부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앞선 경찰 조사와 검찰 진술에서도 계엄 포고령 발표 이후 국회를 전면 통제한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총 여섯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조 전 청장은 “윤 전 대통령이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려는 의원들 다 체포해. 불법이야.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체포하라는 지시와 함께 불법이라는 표현을 들은 것을 정확히 기억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후 상황을 떠올리며 “대통령의 체포 지시는 충격적이고 임팩트가 커서 기억에 남았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 청장은 이후 계엄 포고령과 경찰 지시의 흐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밤 11시 22분쯤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포고령이 하달됐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국회 활동이 금지됐으니 통제하라는 취지였고 포고령 언급은 분명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에서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경찰이 국회 통제를 검토하고 지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조 전 청장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 시점과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한 시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변호사는 대통령 전화를 받은 시점으로 지목된 오후 11시 17분 이전인 점을 들어 “(지난해) 12월 3일 경찰은 계엄 선포 이후 오후 10시 48분부터 11시 6분까지 국회의원을 포함한 민간인의 국회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라며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한 경찰 자체 판단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전 청장은 “그 시점의 국회 출입 통제는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계엄 사태는 초유의 상황이었고 나와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 모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당시로서는 평상시 하던 조치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윤갑근 변호사는 국회 출입을 통제가 포고령 때문인지, 박안수 전 사령관의 요청 때문인지를 질문했다. 이에 조 전 청장은 “포고령이 발령됐다는 말을 듣고 내용을 확인한 뒤 요청대로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해 서울경찰청에 지시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포고령에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는 표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국회의원 등 15명의 위치 확인을 요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조 전 청장은 “여 전 사령관이 위치 추적을 요구했지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라며 “요구가 계속됐지만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 전 청장은 “‘체포’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확인을 요청한 것은 체포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해했다”라고 증언했다.
불법 계엄과 국회 통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핵심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더 구체화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조 전 청장 사건과 김 전 청장 사건을 윤 전 대통령 사건과 병합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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