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이재명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장기 연체 부담을 대규모로 덜어주는 채무 소각 조치를 단행하며 새도약기금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날 소각한 장기연체채권은 약 1조 1,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매입한 전체 연체채권 6조 2,000억 원 가운데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8일 금융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함께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새도약기금 소각식’을 열고 약 7만 명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전량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 투입을 통해 장기간 경제활동에 복귀하지 못한 취약계층의 부담을 구조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이재명 정부의 첫 연체채권 소각 결정은 단순한 탕감을 넘어 사회적 연대 회복을 위한 정책적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소각식에서 “소각된 채권 중 절반 이상이 20년 넘게 연체돼 온 채권”이라며 그동안 연체자들이 겪은 고통의 장기화를 지적했다. 현행법상 연체채권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금융기관이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최대 15년까지 연장되는 관행이 유지되면서 사실상 ‘초장기 연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연체채권 회수 가능성이 없는데도 금융권이 관행적으로 시효를 연장해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새도약기금은 지난 10월 출범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국민행복기금이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무담보 채권을 중심으로 매입 절차를 진행해 왔다. 금융위는 이듬해까지 총 113만 4,000명, 16조 4,000억 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매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새도약기금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심사·통지 방식으로 운영되며, 채무조정 시 원금 30%~80% 감면과 이자 전액 면제·최장 10년 분할 상환 등의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오는 22일에는 소각 대상자들에게 문자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며 홈페이지와 전국 12개 상담센터에서도 확인 절차가 제공된다.
이 위원장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철저히 담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가늠할 핵심 요소로 지목되는 대부업체의 참여는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채권 매입가율이 약 5% 수준으로 시장 거래가(약 25%)보다 크게 낮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계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은 6조 7,000억 원으로 민간 금융권 업계 전체의 52%를 차지하지만, 현재 협약에 가입한 대부업체는 440곳 중 22곳으로 5%에 불과하다. 특히 상위 10개 대부업체 중 참여한 곳은 2곳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일정 기간 내 만회할 수 있는 명확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참여 업체에 은행 차입 허용, 코로나19 시기 채권 매입 재허용 등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체채권 소각이라는 통 큰 결정이 정책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부업계의 적극적 참여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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