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기존 진술을 뒤집으며 새로운 국면이 형성됐다. 여 전 사령관은 27일 법정에서 ‘정치인 체포조’를 구성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체포라는 단어는 군 내부에서 흔히 쓰는 표현일 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이는 앞서 ‘정치인 신병 확보 지시’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재판 내내 방어에 몰렸던 윤 전 대통령 측에 유리한 흐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구세주’의 등판을 맞은 셈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32차 공판을 열고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신문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방청석에 참석했다. 여 전 사령관은 증인석에서 “체포나 검거 같은 단어는 군인들에게 자연스러운 용어”라며 “군인들끼리 통상적으로 쓰는 말이었을 뿐 실제 체포 지시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방첩사 장교들이 법정에서 밝힌 ‘정치인 체포 명령’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취지다. 실제 앞선 재판에서는 “포승줄과 수갑을 준비해 이재명 당시 대표를 구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거나 “한동훈 대표 체포조에 편성됐다”라는 증언이 나왔던 상황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여 전 사령관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정치인 체포조 구성 및 명령’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증언의 신빙성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을 폈다.
여 전 사령관은 기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번복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검찰단 조사에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를 들었던 것 같다”라며 “경찰청장에게 대상자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라고 진술했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당시 말이 입에 밴 표현이었고,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후에 진술서를 다시 보면서 왜 그런 단어를 썼는지 스스로 의문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도 공개됐다. 해당 메모에는 ‘체포 얘기한 적 없음’ ‘장관에게 명단 들음’ ‘위치 확인 지시’ 등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날그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개인적 기록”이라며 “실행으로 이어졌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계엄 당시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의 인력을 요청했던 정황에 대해서는 “당황한 나머지 벌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날 증인신문 후반부에서 여 전 사령관은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부하들과 기억이 다른 부분을 다투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핵심 증언 대부분을 유보했다. 현재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0여 명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군 인력을 국회에 투입한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 전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윤 전 대통령에게 결정적인 반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체포 명령의 실체가 불분명해지면서 재판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공판에서 다른 증인의 증언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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