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보라매’
인니 “분담금 납부 안 해”
정부, 6,000억 삭감 결정
우리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개발 분담금을 1조 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깎아달라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인도네시아 측은 “분담금의 3분의 1가량만 내고 기술 이전도 덜 받아 가겠다”고 한국 정부를 향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방위사업청은 국방부 기자단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KF-21 사업은 2015~26년 약 8조 1,000억 원의 체계개발비를 투자해 KF-21을 한-인니 공동으로 체계개발 하는 사업이라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4조 9,000억 원(60%), 인니 측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각 1조 6,000억 원(20%)을 내기로 정해진 바 있다고 밝혔다.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측은 KF-21 체계개발 종료 시점인 2026년까지 6천억 원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다”고 밝히며 “인도네시아 측이 납부할 수 있는 6천억 원으로 조정을 추진 중”인 사실을 알렸다.
방위사업청이 조정을 추진 중이라는 자료를 배포한 점을 미루어봤을 때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인도네시아 측 제안을 수용할지 결정할 예정으로 추측된다. 빠르면 이달 말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당초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KF-21 전체 개발비의 20%인 약 1조 7천억 원(이후 약 1조 6천억 원으로 감액)을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6월까지 부담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부에게 약속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인 6천억 원을 2026년까지 납부하는 대신 기술이전도 그만큼만 받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조정된 분담금 규모에 맞춰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관련) 이전 가치의 규모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체계개발 시기 및 전력화 임박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미납 지속으로 개발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분담금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KF-21 전력화에도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 잡은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F-21 전체 개발비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것도 인도네시아 측 분담금을 대폭 삭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장을 제외한 KF-21 체계개발 비용은 당초 8조 1천억 원으로 책정됐으나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져 7조 6천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절감에 따라 인도네시아가 납부해야 할 분담금을 1조 6천억 원에서 6천억 원으로 깎아줘도 추가로 충당해야 할 비용은 1조 원이 아닌 5천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배포한 자료를 통해 “부족 재원은 정부와 업체의 노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며 “개발비용 부족으로 인해 전투기 개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담 비율 조정 및 부족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F-21 개발비 분담 비율은 한국 정부가 6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 인도네시아 20%이기 때문에 분담 비율을 조정해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고 부족한 재원은 정부가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측은 사업 첫해인 지난 201 지난 2016년에 납부한 500억 원을 제외하면 분담금을 계획대로 납부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우리 측에 건넴 분담금이 약 4,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지속적인 대화 및 서한을 통해 분담금 납부를 독촉하고 인니 측의 연도별 납부계획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측은 오는 2034년까지 매년 약 1,000억 원을 분담하는 납부계획을 통보했으나 돌연 마음을 바꿔 분담금 삭감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납부한 4,000억 원에 더해 앞으로 2,000억 원만 더 내고 기술 이전도 덜 받겠다는 무리한 요구로 판단된다.
그러나 인니 측의 개발 비율이 당초 20%에서 10%로 줄어들며 조정된 분담금 규모에 맞춰 기술 이전 역시 비율을 조정해 분담금 미납 지속으로 인한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를 사전에 차단한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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