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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까지…” 요즘 직장인들이 승진 기피하는 ‘현실’ 이유

이시현 기자 조회수  

2030-4050 ‘보직 기피’ 심화
“임원 안 달면 60세까지 월급”
의도적 언보싱(unbossing) 현상

출처 : tvN
출처 : tvN

한때 모든 직장인의 꿈으로 불렸던 최종 단계인 임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요즘 2030 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다.

의도적 언보싱이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부러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늦추거나 피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더하여 최근에는 임원이 아닌 차장 직군도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져 충격이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지난 19일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2015년 7.8대 1이었던 차장 진급 경쟁률이 올해 2.8 대1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직원들이 승진을 기피하면서 차장 진급 경쟁률이 낮아진 것이다. 이는 여러 에너지 공기업에서 일률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 소재의 한 에너지 공기업에서는 2010년 5대1이었던 차장 진급 경쟁률이 2015년 3.3 대1, 지난해 2.4 대1로 떨어졌다. 특히 이들은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과 근무지 등을 이유로 차장 진급을 기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차장으로 진급할 때 업무 부담이 이전보다 과중해지는 것 때문에 진급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에너지 공기업이 대부분 지방으로 이전한 만큼 근무지도 차장 진급을 기피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출처 : MBC
출처 : MBC

실제로 차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지방에 있는 본사 근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에너지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기업에서는 임원 승진에 실패한 이들을 ‘루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과거 ‘만년 부장’으로 불리던 이들에 대한 인식보다 이른바 ‘임원은 임시직원’이라는 인식이 더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임원의 경우 매년 재계약 여부를 갱신해야 한다. 이에 낮은 곳에서 정년까지 조용히 다니는 게 더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실제로 한 직장인은 “요즘은 임원 연령대가 낮아져 40대 팀장이면 임원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이 중 임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60%, 정년까지 다니고 싶은 사람이 40% 정도”라며 “60세 이후에도 돈을 벌어야 해 승진 없이 최대한 오래 일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유능한 임원들이 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해고되거나 과거 대비 줄어든 임원의 혜택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임원’은 책임질 일 많고 욕먹기 쉬운 자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하여 주어지는 보상이 오너나 기관장 같은 최상위 권력층보다 미미하다는 점에서 중간 관리자 위치를 기피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관리직을 ‘높은 자리’가 아닌 ‘생소한 업무’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즉, “임원의 경우 현업 실무와 멀어지기 때문에 지위 상승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또한, 미 경제 매체인 포브스는 “기업 관리직이 공석으로 남는 경우가 늘었다”며 “가장 경험 많고 똑똑한 구성원이 간부가 된다는 생각은 쓸모없어졌다”고 보도했다. 의도적 언보싱 현상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Z세대가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기 싫어하는 ‘의도적 언보싱’ 트렌드를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최근 영국 Z세대(1997년~2012년 출생)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도적 언보싱은 직장에서 최소한의 노력만 하는 ‘조용한 사직’과도 무관하지 않아 젊은 세대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2030을 넘어서 40·50세대까지 번지고 있는 의도적 언보싱 현상에 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는 의도적 언보싱 경향이 퍼지면서 조직 전반에 활력이 떨어져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임원 기피 현상이 심화할수록 조직 내 특정 이들에게 일이 몰리고 갈등과 불만이 커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책임 있는 일을 잘하는 만큼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승진이나 직책 간부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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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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