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교사 정신 건강 관리
복귀 전 심사 위험 요소 차단
한국, 관리 부실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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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었다. 과연 우리는 정신질환 교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까?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 이후 이 질문이 더욱 절실해졌다. 우울증을 앓던 교사가 복직 후 불과 며칠 만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주요 국가는 주기적으로 교사들의 정신 건강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매년 전국 단위로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조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가 늘어나며 전수 조사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교사들의 직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확인해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정책에도 반영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교사가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학생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 전문가의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복귀 여부도 재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학생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복귀가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가 출입자 신원 확인 절차도 거친다. 버지니아주 롱펠로 중학교의 경우엔 재학생이라도 지각을 하면 별도의 소속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일본도 정기적인 정신 건강 검진을 통해 교사의 상태를 지속해서 점검하며, 이상이 발견되면 학교와 교육청이 즉각 대응 조치를 시행한다. 교사들이 우울증 등으로 대규모 휴직을 하자, 주기적 실태 조사를 통해 기초 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학교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2001년 6월 일본 오사카의 이케다 초등학교에 흉기를 든 괴한이 침입해 초등학생 8명을 살해하고 교사 2명에게 상해를 입힌 일이 학교 출입 통제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38세로 정신 병력이 있던 전과 15범의 범인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 이후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학교시설 안전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지는 등 보안이 강화됐다. 일본 초등학교들은 등하교 때도 집 방향이 같은 학생끼리 팀을 짜서 집단으로 귀가하도록 지도한다.
영국도 일본과 비슷한 형태로 교사 정신 건강 조사를 매년 하고 있다. 정신 질환을 앓는 교사가 급증하자 지난해 영국 교원 단체가 나서 “모든 교사가 정신 건강을 돌보기 위해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라는 안을 만들어 정부에 전략 수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정신 건강 문제가 확인된 교사는 업무 조정 또는 휴직 조치를 받으며, 복귀 전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라 정신질환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교사는 직권면직이 가능하나, 교사가 스스로 사직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강제 조치가 이루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신 질환 교사라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대체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정신 건강 문제로 휴직하거나 업무에서 배제된 교사가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특정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교사의 인권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학생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그러나 인권 보호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사의 인권이 중요하듯,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 공동체의 안전도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단순히 인권 보호 논쟁을 넘어, 학생과 교사가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정책 변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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