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
2006년 우주인 선발 참여
지난해 보수 30억 6,500만 원
지난 3월 회장직에 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선보인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호실적으로 입증된 가운데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직을 유지 중인 사람이 정용진 회장의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의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은 1997년부터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사내 이사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신세계그룹 오너일가는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에 따라 계열사 사내이사로 참여하지 않는 관습과 다른 이례적인 행보다.
다만, 정재은 회장은 지난 1993년부터 그룹 명예회장으로 남아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비교적 대외 활동을 많이 하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는 달리 정재은 명예회장은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특히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 경영을 주시하고 조언을 할 뿐, 실질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신세계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에 등기된 정재은 명예회장은 어떤 인물일까?
1939년에 태어난 정재은 명예회장은 정상희 전 삼호 방직 회장의 차남으로 알려졌다. 지난 1967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과 결혼한 그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남매를 낳았다.
2년 뒤인 196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사장·삼성전관(현 삼성SDI) 사장·삼성물산 부회장·삼성항공 부회장·삼성종합화학 부회장을 거치며 ‘삼성맨‘으로 활약한 바 있다. 정재은 명예회장은 1977년 삼성전자의 이사로 근무할 당시 미국 HP와 손잡고 HP 사업부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1984년 삼성전자 사장 시절에는 자본금 1,000만 달러를 들여 삼성 HP를 설립해 삼성전자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어 1997년 신세계가 삼성에서 분리되면서 신세계와 조선호텔의 회장을 역임하고 아내인 이명희 회장과 함께 신세계와 조선호텔 경영을 맡기도 했다. 특히 이전까지 살림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정재은 명예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의 그림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재계에 따르면 정재은 명예회장은 당시 이명희 회장의 뒤에서 묵묵히 조언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남다른 ’외조’로 주목받아 온 그였지만,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도전 정신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재은 명예회장은 지난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에 응시한 ‘최고령 도전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69세의 나이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우주인 선발 기초 체력 평가에 참여한 정재은 명예회장의 사진이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기초체력 평가를 제한 시간 안에 무사히 통과한 그는 이어진 3시간의 필기시험까지 치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선발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재은 회장이 “우주인은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다. 우주정거장에 올라간 모습을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한 대목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기며 종종 회자하고 있다.
당시 정재은 명예회장과 접한 일부 취재진이 “한국 최고 재벌기업 명예회장이 굳이 고생해서 우주로 가려 하냐?”라고 묻자, 정재은 명예회장은 “젊은이들은 기회가 많지만, 나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즉, 이 대목에서 정재은 명예회장의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언급되며 많은 교훈을 준 것이다.
한편, 지난해 정재은 명예회장은 이마트에서 보수로 30억 6,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명희 총괄회장과 동일한 금액으로 급여 16억 3,200만 원, 상여 14억 3,300만 원 등이다. 앞서 정재은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신세계 주식 전량을 아들과 딸에게 물려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받은 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7,000억 원 수준으로, 증여세만도 그 절반인 3,500억 원에 이르러 모두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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