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대 기업의 수장에 오른 지 4년이 흘렀지만, 당시 그의 취임 방식은 일반적인 대기업 총수의 행보와 달랐다. 별도의 취임식이나 공식 취임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당시 그룹이 처한 상황과 이 회장의 경영 방식이 맞물려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 안건이 의결되면서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취임 행사를 열거나 임직원 앞에서 별도의 취임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취임 이틀 전인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추도식 이후 사장단과 만나 밝힌 경영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공유했다. 새로운 취임 메시지를 발표하기보다 기존에 전달한 생각으로 향후 경영 방향을 대신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조용한 취임을 선택한 첫 번째 배경으로 이미 오랫동안 삼성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왔다는 점을 꼽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2014년 쓰러진 이후 이 회장은 주요 투자와 미래 사업 전략을 챙기며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왔다.
그는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대규모 투자, 청년 채용, 조직문화 개선 등을 주도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주요 경제 행사에도 삼성의 대표 인사로 참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18년 5월 이 회장을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2022년 회장 승진은 경영권을 새롭게 넘겨받는 절차라기보다 이미 수행하고 있던 역할에 공식 직함을 부여하는 의미가 컸다는 해석이 나왔다. 별도의 취임식을 개최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당시 세계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화려한 취임 행사를 여는 것보다 경영 현안에 집중하는 편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형식보다 현장과 실무를 중시하는 이 회장의 업무 스타일 역시 조용한 취임의 배경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그는 회장 취임 이후에도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고 기술 경쟁력과 미래 사업을 점검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취임 후 4년 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등 여러 과제를 마주했다. 이 회장은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에 힘을 쏟았으며, 로봇과 전장 등 신사업 육성에도 나섰다.
특히 27일 취임 4주년에도 별도의 기념행사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업장을 찾아 현지 임직원들과 식사를 함께하는 등 현장 중심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4년 전 취임식과 취임사를 생략한 결정은 이미 그룹을 이끌고 있던 경영자의 위치, 불확실했던 경제 상황, 형식을 앞세우지 않는 업무 방식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회장 취임 4주년을 맞은 지금도 삼성의 기술 경쟁력 회복과 미래 사업 육성, 노사 갈등 해소 등은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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