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장호원읍 유한임대아파트
건설사 부도로 27년째 방치
진입로와 아파트 소유자 문제

경기도 이천시에 들어선 한 아파트가 27년여간 장기 방치 상태로 남아있어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는 이천 장호원읍 유한임대아파트로, 해당 아파트는 총 930가구 규모로 계획된 공동주택이다.
지난 1998년 착공된 이 아파트는 시행사 초원주택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으며, 현재까지 27년째 방치된 상태로 확인됐다. 이후 대림산업과 유한주택을 거쳐 2002년 GM종합건설로 시행사가 변경되었으나, 건축주는 여전히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2016년 경매에서 폐기물처리업체가 해당 부지를 53억 원에 낙찰받았지만, 진입로 소유권이 다른 이에게 있어서 개발이 지연되었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은 아직도 방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16층 높이의 5개 동이 공정률 50% 상태에서 멈춰 있다. 도색되지 않은 콘크리트 외벽은 시간이 지나면서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냈고, 내부는 철근과 거푸집 일부만 남아 위험한 상태로 확인됐다.
특히 건물 주변은 잡초가 무성하며, 방치된 건축물이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근 한 인근 주민은 “이 건물이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어서 동네 이미지를 망친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건물이 단순한 미관상의 흉물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 경관 훼손 외에도 우범지대로 변질될 가능성과 안전사고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구조물이 오래되어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내부 유해 물질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상 지자체가 직접 철거하거나 정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15년에 제정된 ‘장기 방치 건축물 정비 특별법’에 따라 시장이나 군수가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철거 비용과 법적 문제로 현실 적용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이천시의 한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공공 도로 확보를 둘러싼 갈등과 철거 비용 부담이 얽혀 있어 빠른 해결이 어렵다”라며 건축물 소유자와 진입로 소유자 간 협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철거 비용은 약 70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 역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방치된 건축물 문제는 이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국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축물은 375곳으로, 이는 2020년 조사 당시 286곳에 비해 31%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대개 자금난, 시행사의 부도, 복잡한 법적 분쟁 등으로 인해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는 방치 건축물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공사 중단 방치건축물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 51곳을 우선 점검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 중 18곳을 정비 완료했다. 안양역 인근 방치 건물은 철거 후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용인시 처인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은 공사가 재개되어 올해 준공됐다. 경기도는 33곳의 나머지 건축물에 대해서도 공사 재개나 철거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공사 중단 건축물 정비는 여전히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민간 소유 건축물에 대해 지자체가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철거와 재건축에 드는 비용 역시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추가적인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까지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제4차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정비 지원을 통해 방치 건축물이 범죄와 안전사고의 온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정비계획에는 민간 참여 유도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과 공공 정비 활성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의 정비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과 정책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은 단순히 지역의 흉물이 아니라 도시의 안전과 주민 생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정비계획 수립을 통해 도시 환경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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