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갈등 표면화
2030세대 이직 양상 뚜렷

금융감독원은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높은 명성을 자랑했으나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30 젊은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며 조직 내 갈등과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업무 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지만, 급여는 민간 금융사에 비해 크게 뒤처져 직장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까지 20대와 30대 직원의 자발적 퇴사 인원은 22명에 달하며 2019년 7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조직 진단 컨설팅에 5억 원을 투입해 내부 문제를 진단했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 3월 금감원 팀장급 직원 2명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으로 이직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검사에 나서면서 관련 경험자 영입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내 2030 세대 퇴사자 수는 2019년 7명, 2020년 7명, 2021년 6명, 2022년 13명, 2023년 17명, 2024년 22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 소속 젊은 직원들도 로스쿨 진학을 위해 동반 퇴사하는 등 인재 유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 공기업과 국책은행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시장 다변화로 다양한 직장 선택지가 늘어난 가운데 임금 상승폭이 제한적이다 보니 민간 금융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평균 연봉은 1억 1,000만 원에서 1억 2,000만 원 선인 반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각각 9,000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높은 수익에도 정부의 인건비 총량 제한으로 민간 은행 대비 임금이 30% 낮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벌였다.
금감원 직원 평균 연봉 역시 최근 5년간 거의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6.8% 인상하는 동안 4대 시중은행은 18.4% 상승해 격차가 벌어졌다.
실제로 금융 공기업의 내부 직원들은 고연봉 이미지를 두고 ”일부 임원에 한한 착시“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공채 경쟁률도 2019년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2019년 산업은행 경쟁률은 76대 1에서 2022년 31대 1로 하락했고 수출입은행 역시 80대 1에서 22대 1로 줄었다. 금융감독원 신입 공인회계사 채용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2030 직원들이 업무 강도와 과도한 야근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야근 예산이 조기 소진돼 수당 미지급 사례도 발생했다. 더하여 최근 내부 노동조합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대한 불만과 워라밸 붕괴를 호소하며 노조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노조위원장 불신임 투표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중단되는 등 갈등이 표면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노사 교섭 과정에서 금감원장 참석이 부족해 협상 지연이 발생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도 처우 개선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금감원 직원 22명이 인사혁신처 취업 심사를 받는 등 이직 움직임도 활발하다. 직급은 임원부터 4급까지 다양하다.
금감원은 높은 업무 강도와 국민 감시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조직 안정화를 위해 노력 중이나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미흡하다. 한 내부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상급 기관 통제는 강력해 직원 부담이 크다”며 “노조가 앞장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때 신의 직장으로 여겨졌던 명성에 걸맞은 보상과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2023년 12월 이후 노사 교섭에 금감원장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협상을 촉구했다.
아울러 퇴사 러시가 지속되자 금감원은 지난해 5억 원을 투입해 외부 컨설팅을 실시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개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임금 격차 해소와 근로 환경 개선 없이는 젊은 인재 유출 문제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금융 공기업들은 조직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부 소통과 정책 보완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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