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 박물관 마을’ 철거 논의
녹지로 재조성될 계획이나 지연
마을 내 상인들과 서울시 간 갈등

지난해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곳은 2017년 개관했으나 코로나19와 부실한 운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며 ‘유령 마을’로 불렸다.
서울시는 이곳을 철거하고 경희궁과 연계한 대규모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마을 철거 계획은 2024년부터 시작되어 2025년 하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원래 노후 주택과 식당들이 모여 있던 ‘새문안마을’이라는 동네였다. 이 지역을 재개발하며 서울시가 조합에서 기부채납 받은 9,100㎡(약 2,700평) 부지에 조성됐다.

마을 건설에는 총 330억 원이 투입되었고, 과거 모습을 복원한다는 명목으로 골목과 낡은 건축물 일부를 재현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운영 초기부터 관광객 유입이 저조했고 팬데믹 이후 음식점과 공방 등이 잇따라 문을 닫으며 더욱 침체되었다.
서울시는 박물관 마을을 도시 관광 명소로 만들고자 민간 업체에 위탁해 한식, 한복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를 위해 매년 20억 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방문과 부실한 홍보가 문제로 지적됐다. 2022년에는 메타버스와 여행 글쓰기 강좌 등 원래 취지와 동떨어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본래 의도를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러한 문제점 속에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철거와 재구성 계획이 발표되었다. 서울시는 마을의 대부분 건물을 철거하고 2035년까지 대규모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새문안로를 지하화하여 돈의문 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철거 및 재조성 과정에서 예상되는 비용과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철거 이후 공간 재구성을 위한 설계 용역 공고가 두 차례 유찰되며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용역 예산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정적 지연 외에도 상인들과의 갈등이 또 다른 주요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박물관 마을 내 상인들은 철거로 인해 생계와 초기 투자비 회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또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철거를 추진하며 상인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시의 박물관 마을 철거 결정은 과거 도시재생사업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 480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지만, 월평균 방문객 수는 4만 명에 불과했고, 이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근현대 유산 보존이라는 목표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으며 역사적 고증 부족과 운영상의 문제들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서울시는 철거 후 녹지 공간 조성을 통해 도심 내 자연환경을 확충하고 장기적으로 돈의문 복원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박물관 마을 철거가 지역 경제와 상인들의 생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을 내 상점과 식당 운영자들은 생업 위기를 호소하고 있으며 관광지의 기능 상실로 인해 주변 상권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서울시가 제시한 녹지 공간 조성과 돈의문 복원 계획이 언제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인들과의 갈등은 사업 추진의 핵심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으며 만약 용역 입찰이 또다시 유찰된다면 사업 일정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철거와 그 이후의 활용 방안은 서울시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공원의 조성으로 역사적 가치를 회복할지 혹은 상인들과의 협상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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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박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