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업계 1위 기업 한샘
최대 주주 조창걸 명예회장
3년 만에 ‘빚더미’ 나앉아

코로나19 ‘집콕’ 트렌드로 한때 호황을 누렸으나 매각 절차를 진행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던 한샘은 가업승계를 하지 않은 흔치 않은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였던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은 보유 주식 30%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2021년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혔다.
1973년 설립된 한샘은 국내 가구 업계를 선도해 왔으며, 200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여 시가총액 2조 7,652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인 조창걸 전 명예회장은 주부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국내 최초로 입식 주방을 도입, 대한민국 인테리어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다. 이후 아파트 보급 확산과 함께 건설업계와 협력하며 부엌 가구에서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조 전 명예회장이 경영권 매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후계자 문제였다. 슬하에 1남 3녀를 두었으나 장남 조원찬 씨가 2012년 사망한 뒤 세 자녀 모두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가족 경영 승계는 어려워졌다. 그는 가족이라도 적임자가 아니면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한샘은 2018년부터 원매자들과 매각 협상을 이어왔으나 가격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2020년 매출이 2조 674억 원에 달하면서 매각 논의는 다시 탄력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거래금액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1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었다. 같은 해 국내 대표 사모펀드 IMM PE와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샘의 매각 결정 배경에 대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보다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전환해 자산을 남기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IMM PE는 국내 홈퍼니싱 업체 오하임아이엔티의 최대 주주로, 한샘 인수를 통해 대형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업주가 떠난 한샘은 이 과정에서 제값을 받으며 M&A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사모펀드 IMM PE 인수 이후 한샘의 경영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3분기 현대리바트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한샘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며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적자 상황에서도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배당 정책으로 인해 대규모 배당이 이어지며 재무구조는 더욱 나빠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한샘의 2023년 3분기 부채 총계는 7,298억 원, 자본 총계는 3,584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203.6%에 달했다. 이는 2020년 95.5%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익잉여금 감소와 배당금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IMM PE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2,489억 원의 배당금을 집행했으며 이 중 1,220억 원은 대주주로서 수령했다. 이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것으로 보이나, 높은 배당정책이 회사 재무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샘의 매출은 IMM PE 인수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2020년 매출은 2조 674억 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1조 9,669억 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인수 직후 매출 정점을 찍었던 2021년 이후 실적 악화가 계속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022년 적자로 전환되었고, 상암동 사옥 매각 등으로 일시적인 이익을 냈으나 근본적인 경영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M PE의 한샘 인수는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라는 외부 요인과 맞물려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IMM PE가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장기적으로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샘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지속적인 경영 개선 노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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