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도입 후 75년만 개편
다자녀·고재산 가구 부담 완화
통합 과세서 개별 과세로 변경

20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따라 1950년 상속세 도입 이후 75년 만에 과세 체계가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이는 총상속액이 아닌 개별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에 따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특히 개편안은 국회에 공이 넘어간 상태로, 야당이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해당 사항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결한 개정안은 전체 유산을 과세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별로 쪼개어 받은 유산이 과세 기준이 되면서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추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이날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것이다. 이는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법제화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현행 유산세 방식을 폐지하고, 상속인별 유산 취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체계를 도입한다.
여기에 상속 공제 체계도 전면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상속세법이 기초 공제(2억 원)와 자녀 1인당 5,000만 원을 합산한 금액, 혹은 일괄 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자녀 1인당 최대 5억 원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당초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자녀 공제액이 적어 대부분 일괄 공제를 적용해야 했다. 또한, 배우자 공제 5억 원은 별도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라 상속세 개편 추진이 이루어질 때 기타 상속인(형제·자매)도 2억 원이 기본 공제되며 수유자의 경우 직계존비속은 5,000만 원, 기타 친족은 1,000만 원을 한도로 공제된다.

이어 기존 5억 원이었던 배우자 공제액은 상속재산이 10억 원 이하일 경우 법정상속분(배우자:자녀=1.5:1)과 관계없이 전액 공제하도록 변경했다. 일례로 30억 원의 유산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현행법상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 공제 10억 원, 총 15억 원이 공제되고 있다. 여기에 남은 15억 원에 누진세율이 적용되면 총 4억 4,000만 원의 상속세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배우자는 10억 원 전액 공제로 과세액이 0원이며, 자녀들은 각각 10억 원 중 5억 원씩을 공제받아 개인별로 5억 원에 대해 약 9,000만 원씩을 내게 된다. 이에 따라 총 세 부담은 1억 8,000만 원으로 대폭 하락한다.
즉,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속인이 많은 다자녀 가구나 재산이 많은 가구의 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주호 권한대행은 “이번 개정안은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특히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라며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과세의 초점을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몫’에 맞추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회와 국민도 상속세 부담 완화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라며 “충분한 소통을 통해 국회 통과를 추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조만간 국회에 상정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이미 마친 상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즉,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과세 시스템 정비 등을 거쳐 오는 2028년부터 새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 향후 개정안 적용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국회 다수당에 속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개편안 발표 직후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습 발표했다”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민주당이 배우자 공제 확대 중심의 개편안을 추진해 온 것과 달리 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안은 유산취득세 전환을 골자로 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당초 개편안에서 제외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 논의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 여론은 현행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세수가 부족하고 세수 결손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가 일어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을 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기재부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5일까지 일반 국민 1만 명과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유산취득세 전환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기재부가 이달 법률안을 제출해 의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