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희성전자 지분 42.1% 보유
농업 인재 육성 철학 계승 차원

LG 오너일가 중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 있다. 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구본능 회장은 최근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설립한 연암대에 야구장 8개 크기의 토지를 기부한 사실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부친의 농업 인재 육성 철학 계승 차원에서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LG 연암학원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희성전자로부터의 천안 연암대 인근 토지 2만 6000평(8만 6580.5㎡) 기부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야구장 8개 규모로, 추정 평가액만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부를 결정한 구 회장은 희성전자 지분 42.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이번 기부를 두고 “지난달 24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부친에 대한 존경과 헌정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어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구 명예회장의 인재 양성 철학을 계승하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열어 갈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토지 기부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 회장이 기부를 결정한 연암대는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스마트팜 전공을 개설한 대학교다. 이에 연암대 측은 이번에 확보한 토지를 활용해 약 500평(1,650㎡) 규모의 스마트팜 온실 30개를 구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연암대 졸업생과 지역 청년 농업인들에게 창업 역량을 제공한다는 것이 연암대의 목표로 전해진다. 이어 연암대는 또한 이곳에 LG 계열사와 중견기업들이 개발한 최신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연구 실증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암대의 한 관계자는 “대학과 기업, 청년 농업인들이 스마트팜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스마트팜 클러스터’를 구축해 미래 농업 기술을 이끄는 ‘K스마트팜 허브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기부 소식과 함께 주목을 받은 구본능 회장의 부친 구 명예회장은 농업이 국가의 근본 산업이자 생면 산업으로서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의지를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구 명예회장은 농업 현대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첨단 기술 도입과 전문 인력 육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구본능 회장이 기부를 결정한 연암대 개교 40주년 기념식에서 구 명예회장은 “농축산은 생명 산업으로서 아주 중요한데,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이다. 우리 대학이 창학 이념에 따라 농축산 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직원과 대학생들이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구자경 명예회장은 교육자를 꿈꾸며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교편을 잡았으나, 1950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합류하면서 기업가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영자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늘 교육과 인재 육성에 대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는 1974년 농촌 발전을 이끌 인재 양성을 취지로 연암대, 1984년에는 연암공과대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19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엔 연암대 주변 농장에서 생활하며 LG 연암학원 이사장으로서 업무를 챙길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구 명예회장의 의지는 고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모교인 진주 지수초등학교에 다목적 건물인 상남관을 지어 기증한 바 있다.
한편, 부친의 의지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이는 구본능 회장은 1996년 희성금속(現 LT메탈)과 한국엥겔하드(現 희성촉매)를 럭키금성그룹에서 분리해 희성그룹을 출범시켰다. 재계에 따르면 구본능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LG전자 이사와 희성금속 감사를 거쳐 상농 기업 부사장, 희성금속 부회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희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은 바 있다. 이어 지난 2022년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21대 총재를 역임했던 그가 LG 구단주 대행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당시 업계에서는 새 총재 선임과 관련한 이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구본능 회장이 각 구단 대표이사와 KBO에 조언을 전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현재는 LG 구광모 회장이 LG 구단주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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