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기준 미분양 1.3만 가구
분양 물량 1년 새 절반 떨어져
부·울·경 미분양 수준 심각

수년째 미분양 사태가 지속되면서 올해 분양을 계획 중인 건설사들이 시름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1만 3,000가구나 쌓여있는 가운데 다수 건설사가 추가 공급을 앞둬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의 ‘3월 주택통계’를 보면 부·울·경 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총 1만 3,026가구로 전년 동기 9,734가구 대비 3,292가구(33.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전체 미분양 주택 6만 8,920가구의 19%에 달하는 수치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지난 2월 4,565가구에서 3월 4,489가구로 76가구 하락했다.
다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악성 미분양)은 2월 2,261가구에서 3월 2,438가구로 177가구 상승했다. 이어 지난달 전국 악성 미분양은 2만 5,117가구로 1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방의 장기 미분양 아파트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건설사들이 줄이어 할인 분양을 내세우고 있어 미분양 물량이 줄었으나 악성 물량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2만 543가구)은 전월(1만 9,179가구) 대비 1,364가구 늘며 2만 가구를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전북에선 악성 미분양이 520가구로 전월 대비 28.4%, 경남에선 3,026가구로 전월 대비 23.1% 상승했다.
이를 가구 수를 기준으로 나누면 대구(3,252가구), 경남, 경북(2,715가구) 순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밝혔듯이 건설사들이 할인 분양을 잇달아 내세우면서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6% 줄어든 6만 8,920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미분양이 1만 6,528가구로 전월 대비 6.1% 감소한 게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에 반해 지방의 미분양 적체는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방 미분양은 5만 2,392가구로 0.1%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올해 1분기 분양 실적도 저조해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올 1분기 분양 주택은 2만 1,471가구로 1년 전에 비해 49.7% 하락했다. 이 중 수도권 분양 주택은 5,97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2% 감소했다. 더하여 서울은 2월과 3월에 아예 공급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경우 1분기 분양이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1,097가구) 1개 단지뿐이었으며, 이는 대통령의 탄핵 이후 이어진 정국 불안정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이후 대다수의 건설업체는 분양 시기를 미뤄왔다. 아울러 오는 6월부터 학교용지 부담금이 줄어드는 것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부·울·경의 경우 3개월 사이 37%나 상승해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총 6428호로 지난해 12월 4682호 대비 37.29% 상승했다.

이어 지역별로 보면 경남 지역이 같은 기간 1775호에서 3026호로 7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으며, 부산도 1886호에서 2438호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울산은 1021호에서 964호로 5.58% 하락했다.
악성 미분양과 달리 전체 미분양 주택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부·울·경 지역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1만 3026호로 지난해 12월 1만 4198호 대비 8% 넘게 하락한 것이다. 아울러 분양 실적은 올 1~3월 5549호가 분양돼 전년 동기 3848호 대비 44.2% 증가했다.
이처럼 분양 실적이 회복된 가운데서도 악성 미분양이 늘어난 것은 최근 준공된 주택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 1~3월 사이 누적기준 준공 주택 수는 1만 8544호로 전년 동기 1만 3500호 대비 37% 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악성 미분양의 경우 모든 공사비가 이미 투입돼 할인 등을 통해 뒤늦게라도 분양되지 않은 이상 투자금과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 이자 비용과 같은 금융 부담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더하여 부산의 경우 올해 다수 사업장이 공급을 앞두고 있어 건설업계 미분양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시장 자체가 가라앉아있는 데다 최근 2~3년간 분양 물량이 집중돼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고 있다”라며 “특히 부산은 분양시장 경기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할인 분양 등으로 악성 물량을 겨우 털어내면 또 다른 단지가 악성으로 전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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